[사설] (21일자) 토지보상제도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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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작년과 올해 2년간 풀렸거나 풀릴 예정인 토지보상비가 무려 1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보상비의 규모도 놀랍지만 이런 자금은 부동산가격 앙등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통 우려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토지보상비는 한꺼번에 현찰로 지급되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막대한 현찰을 손에 쥔 농민이나 토지보유자들 중 상당수는 주변의 다른 토지를 매입하거나 아파트를 사들이는 데 이를 투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최근 분당 용인 등의 집값과 토지가격이 급등한 데는 토지보상비 유입이 큰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토지보상비는 날이 갈수록 그 규모가 확대돼가고 있다. 대한주택공사 토지공사 SH공사 경기개발공사 등 4개 공사의 보상비 예산은 예년의 3~4배 수준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수도권 보상비 총액은 2003년 전국 보상비 규모와 맞먹는다고 한다. 보상비가 땅값을 밀어올리고 이는 다시 보상비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때문에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각종 개발정책들은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추진되지 않으면 안된다. 행정도시 기업도시 신도시 등 굵직굵직한 개발계획이 추진될 때마다 한바탕 투기 광풍(狂風)이 일면서 토지 가격이 몇 배씩 뛰어오르고 보상비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 현실임을 잊어선 안된다. 설익은 계획을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는 한건주의식 전시행정보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적절한 준비과정을 거친 후 발표하는 용의주도한 개발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보상비 지급기준이나 지급방법이 과연 적절한지도 짚어봐야 한다. 수용되는 토지는 대부분 개발계획이 발표되기에 앞서 소문부터 돌면서 땅값이 급등하게 마련인데도 오른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비를 지급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과도한 보상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투기세력이 개입된 지역의 경우는 국민 혈세를 동원해 투기꾼들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게 되는 만큼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한 보상비를 일시에 현찰로 지급하는 현행 제도를 몇 년에 걸쳐 분할상환한다거나 일정비율은 현금, 나머지는 채권으로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바꾸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