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60달러 시대' 서곡] OPEC 증산여력 바닥...더 오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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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20일 뉴욕시장 시간외거래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8월물 선물가격이 한때나마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 것은 '유가 60달러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서곡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관측에는 현재 원유시장 여건을 볼 때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방향을 틀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수년 내 105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란 보고서까지 내놓은 상태다.
WTI 선물가격은 올 들어서만 36%,1년 전에 비해서는 50%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유시장의 수급상황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여력 고갈,미국과 중국 등 주요 소비국의 석유수요 급증,미국의 정유시설 부족,헤지펀드의 투기세력 가세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원유시장에서 수급불안을 야기시키고 있어 고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증산여력 바닥난 OPEC
국제유가를 치솟게 만드는 핵심요인은 OPEC의 추가생산여력 고갈이다.
하루 3000만배럴 정도를 생산해 산유량 기준으로 전세계의 40%,공급량 기준으로 50% 정도를 차지하는 OPEC이 증산여력에 한계를 드러내자 원유시장에서는 수급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이라크를 포함한 OPEC 11개 회원국의 증산여력은 하루 190만배럴을 밑도는 상황이다. 그나마 전체 증산여력의 70%는 사우디아라비아 한 곳에 쏠려 있다.
OPEC이 지난 15일 빈 회담에서 7월부터 하루 생산쿼터를 50만배럴 늘리고,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연말에 50만배럴 추가 확대키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도 증산여력에 대한 믿음이 약한 결과다. 러시아 노르웨이를 비롯한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여력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가 60달러시대 본격화 가능성
원유시장을 들락거리는 헤지펀드의 투기자금도 유가상승을 촉발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들이 취약한 원유시장의 수급상황을 이용,사재기 등으로 유가급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시장이 투기꾼들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며 "원유시장의 불안정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가상승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유가 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소재 글로벌 안보 연구소 소장인 갈 루프트는 "배럴당 60달러는 분명 하나의 지평으로 다가오고 있어 배럴당 50달러는 잊혀진 기억이 됐다"며 "시장 내 수급이 너무 빠듯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어떤 신호도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