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차라리 모병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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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33살의 김옥균이 개화를 내걸고 정변을 일으킨 것은 1884년, 우정국 건물 낙성식장이었다. 당시 근대국가로 가려는 조선에서 우정업무는 국가의 중요 사업이었다.
121년 뒤 지금, 현대국가 한국에서 우편업무는 어느 정도 비중일까. 웬만한 우편물은 개인 퀵서비스가 더 빠르고 택배회사가 더 편리하다. 페덱스 DHL UPS 등 다국적 물류·배달 기업을 이용하면 지구촌 구석구석까지,전쟁터까지 온갖 우편물을 국가기관인 우체국보다 더 빠르게 전해준다.
국가의 역할과 기능이 변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 뿐인가. 현대사회의 필수품인 이동통신,석유와 전기,고속도로와 터널 등등…. 민영화를 하고 시장원리대로 쫓아가면서 효율이 극대화되는 분야는 늘어난다. 서비스는 세련되고 고객 만족도는 높아진다.
최근 전방부대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참극을 보면 이제 군(軍)과 국방 개혁에도 시장의 원리와 경제적 관점을 제대로 적용할 때가 됐다. 그 시금석으로 국민개병제에서 모병제로 징병제도를 바꾸는 방안도 심도있게 검토해볼 때다. 평등주의와 자유분방,PC게임문화와 격리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몸에 밴 신세대,외동아들 군인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무조건 덩치만 재고 끌어모아 정신교육만 잘 시키면 된다? 어림도 없다. 관계자 전원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국방장관 바뀐다고 이런 사고가 원천적으로 방지될까.
직업군인을 확대해 원하는 이들 위주로 가야할 시점이다. 군대문화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이,복무 후의 혜택을 노리는 목표있는 사람에게 총을 맡겨야 한다. 취업도 여의치 않은 현대사회,고교나 초급대학을 졸업하고 20살 안팎에 군에 들어가 8년 혹은 10년쯤 전문가로 복무한 뒤 재취업한다고 해도 어영부영하는 백수들보다 늦을 것 없다. 최소한의 자립자금도 마련할 수 있어 억울할 일도 아니다. 제대자에게 공기업이나 경찰 채용 때 가산점을 주면 사회 복귀도 쉬워질 것이다. 1차계약으로 3~5년쯤 근무한 뒤 대학에 진학·복학하면 근무연도만큼 학비를 지급하는 방안은 어떨까. 여군 지원자라고 차별해서도 안된다.
모병제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미래사회에 맞는 국가의 기능을 다시 검토하면서 군의 운영에 경제논리와 시장원리를 하나씩 적용해 나가자는 것이다. 자주국방을 기치로 국방개혁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도 '커미션 없애는 정도가 개혁'이라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노 대통령이 개혁모델로 관심을 가진 프랑스의 국방장관은 여성이다. 프랑스 방식을 벤치마킹한다면 외국인 용병도 들여오지 못할 것 없다. 어차피 막아도 막아도 값싸고 쓸 만한 여러 형태의 산업연수생들은 계속 밀려들어오게 돼 있다. 자원자나 이들로 군을 충원해서 축구선수 박주영을 철책선 GP에서 빼주고 피아니스트를 지망하는 청년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계속 구르도록 해주자. 제2의 황우석급 인재들이 욕설로 인격모독감 느끼지 않고 중단없이 한길로 간다면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가 더 클수 있다.
시장의 원리를 억누른 채 국가가 틀어쥐게 되면 수요자(국민)들의 불만이 얼마나 크고 부작용이 어떤지는 교육의 예에서 보듯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종교에도 경제논리가 엄연한데 국방이라고 예외일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