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부동산 '대책' 아닌 '정책'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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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무던히도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부동산 가격은 도무지 떨어질 기미조차 없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있는 최근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의 경기부진은 시간이 지나면 극복되는 일반적인 경기순환 과정이 아니라 소비 시스템의 붕괴,경제를 견인할 주력산업의 부재 등에 의한 내수침체형 장기불황에 가깝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다.
이런 때 민간의 심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재산을 늘리려고 한다.
둘째 작년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65%에 달하는 개인부채 문제도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이다. 이 때문에 통화당국은 내수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우려가 높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중에 많은 자금이 풀려 있는 상황이다.
셋째 그러나 정작 돈이 갈 곳은 별로 없다.
금리는 낮고, 주가는 너무 많이 뛰었다.
특히 우리에게는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서 손해를 봤다는 소리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고, 사두면 언젠가는 이익을 볼 것이라는 심리가 팽배하다. 민간 입장에서 부동산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투자대상인 것이다.
세간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위와 같은 부동산시장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오는 소리다.
심리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지 정부 대책이 가격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즉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어디까지나 가격이 오르리라는 민간의 기대심리를 떨어뜨리는 데에 있을 뿐이지 가격상승을 직접 억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대책의 효과가 아니라 정부가 시장에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다. 많은 사람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쏟아진 일련의 대책들이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 표현이기보다는 기존의 대책이 안되니까 다른 것을 내놓는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더불어 종합투자계획,행정도시 이전 등을 내놓으면서 수도권에 국한되었던 부동산시장 불안을 지방으로까지 확산시키는 비일관적 대책은 정부의 시장안정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적시성(適時性)의 부족도 문제다. 투기억제 대책이 현실적으로 사후적일 수밖에 없으나,세무조사 등으로 거래가 위축됐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거래가격이 떨어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신뢰가 결여됐다는 점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투기 대책들이 국회는 물론 행정부 내 논의과정에서 경제논리에 밀려 대폭 수정되고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대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행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즉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러한데 과연 다음 정권,그 다음 정권에서도 지금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부동산문제를 방치할 경우 사회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갈등을 증폭시켜 사회불안이 발생한다. 결국 이런 갈등을 조정하는 비용은 국민에게 귀착되고 사회의 비효율성을 확대시키게 된다.
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외형상 국민소득의 증가가 아닌,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할 때만이 가능하다.
부동산시장 안정은 이러한 선진사회 시스템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다.
정부가 시장안정 의지를 갖고 있어도, 실제 내놓는 대책이 정책이 되려면 일관성과 적시성,그리고 신뢰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