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혁신, H2O형 구조부터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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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녕
최근 기업 경영환경의 빠른 변화는 두가지 특징을 지닌다. 전혀 경험하지 못한 변화가 국가 기업 개인을 불문하고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 하나이고, 그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키워드는 혁신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혁신은 한 마디로 급변하는 환경을 빨리 이해하고 적응함으로써 수익성 있는 성장을 지속하려는 기업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은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CEO는 조직 전체에 긴장(tension)을 불어넣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긴장이 풀어지고 안도하는 순간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CEO는 언제 어떤 형태의 강도로 긴장을 불어넣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국내 최대 그룹의 CEO도 가장 실적이 좋을 때 위기의식을 강조한다고 하니 이는 혁신의 좋은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도 이대로 2년만 지나면 망한다는 긴장의식으로 부단한 기업혁신을 꾀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혁신의 출발점은 늘 깨어 있는 긴장의식이다.
다음은 임원. CEO는 임원이라는 '창(窓)'을 통해 내부 조직과 비즈니스, 외부 경영환경을 파악한다. 또 직원 역시 임원이라는 창을 통해 회사의 방향,CEO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임원은 특정 부서나 관련 프로세스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혁신에 있어 임원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임원이 투명하지 못하면 CEO는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임원이 부서의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자신의 가치로 삼게 되면 기업의 스피드(speed)는 떨어지고 속도경영이 불가능해진다. 임원은 반드시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기업의 혁신에는 항상 '소음(noise)'이 따른다. 직원들은 혁신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 투명화나 원가절감에 따른 이익 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저항과 소음이 없다면 제대로 된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나 조직을 새롭게 바꾸는 데 저항이 없을 수 없다.
혁신을 논하다 보면 혁신에 적합한 조직은 어떤 형태인가를 자주 질문해온다.
필자는 '물 같은 조직'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물(?) 분자가 가장 안정되고 분자 간 거리가 가까울 때는 얼음이고 가장 불안정한 구조는 수증기다. 액체 상태의 물 분자 구조는 얼음과 수증기의 중간형태다.
얼음 같은 조직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어서 다양한 모양의 그릇에 담기 어렵다. 수증기는 어떤가? 분자구조가 불안정하고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서 그릇에 쉽사리 담아지지 않는다. 이에 비해 액체 상태의 물은 적당히 간격을 둔 분자구조이고 형태를 바꾸기 쉽기 때문에 그릇이 어떤 모양이더라도 빈 공간 없이 담을 수 있다.
결국 혁신은 얼음처럼 경직된 조직에 긴장 불어넣기라는 열을 가해서 액체 상태의 물 같은 조직,즉 역동적인 조직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 획기적인 인사제도나 탄력적인 조직 운용은 조직의 긴장을 유지하는 방법이 된다. 이때 지나치게 역동적인 조직을 추구한 나머지 구성원을 적절히 관리하는 데 실패하면 수증기 같은 조직으로 파편화되기 쉽다.
구성원들은 항상 임원을 예의주시하며 임원들은 CEO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CEO는 혁신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확신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변화의 시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유연하고 탄력적인 조직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