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늙어간다] 출산율 우리나라가 세계 최하위!


'둘만 낳아 잘 기르자''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지난 70~80년대 정부가 주도했던 가족계획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제발 자식을 그만 낳으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웬걸,30년 좀 지난 2000년대 들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부는 이제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고 성화다. 정부가 지원하는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옛 가족계획협회)는'1·2·3 운동'을 주창하고 있다. '결혼 1년 안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는 내용이다. '출산억제' 정책이 '출산장려'로 급선회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협회가 이름을 '가족계획협회'에서 '가족보건복지협회'로 바꾼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담고 있다.
◆저출산 얼마나 심각하길래


우리나라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4명에서 2003년 1.19명으로 뚝 떨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 결과'에 따르면 지금 추세대로 가면 2050년 신생아 수는 지난해 49만명의 절반 이하인 22만명까지 줄어들게 된다. 결혼이 점점 늦어지는 데다 아예 싱글족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혼인 건수는 2000년 33만4000건에서 2003년에는 30만5000건으로 크게 줄었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결혼기피 풍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결혼한 부부들도 아이를 적게 낳는다. 과중한 사교육비와 아이를 키우는 경제적 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이 이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3년 자녀 양육비를 조사한 결과 아이를 낳는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명에게 들어가는 총비용이 무려 1억6934만4000여원에 달했다. 월 평균으로 따지면 78만4000원이다. 같은 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296만4000원임을 감안하면 자녀 한 명당 월 소득의 3분의 1 가까이를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학 교육비나 결혼비용까지 합치면 '자녀비용'은 수억원으로 불어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즘 부부들에게 자녀갖기는 '축복'이기에 앞서 '경제적 부담'으로 여겨지고 있다.


결혼이나 자녀에 대한 가치관 변화도 저출산 풍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신세대들은 과거와 달리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여긴다. 자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많이 낳아 허덕이며 키우느니 차라리 적게 낳아 제대로 기르고 자신의 삶에도 더 투자하겠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이 인구 고령화를 앞당기고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 계획에 따르면 올해 보육지원 대상 어린이를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의 60% 계층까지 확대하고 2008년에는 전 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부터 저소득층의 둘째 이상 자녀에게 월 3만~6만원의 보육료를 신규로 지급할 예정이다. 또 직장여성의 자녀양육을 돕기 위해 직장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육아휴직급여도 40만원에서 2007년부터 50만원으로 올려줄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백화점식'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출산장려가 효과를 거두려면 근본적으로 육아부담과 교육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연구위원은 △신혼부부 주택마련을 위한 지원 제도 도입 △출산시 국민연금 납입 1~3년 면제 △산전·산후 휴가제도의 시행 △육아휴직 확실한 실시 △보육서비스 강화를 제안했다. 자녀양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선 △학원비까지 포함하는 저소득층의 교육비 지원 △농촌 여성 출산을 돕기 위한 1개월간의 농가 도우미제도 신설 △농어민 취학자녀 양육비 지원 등도 필요한 것으로 제시했다.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