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계곡 기행'‥ 청산과 녹수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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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산을 향해 가거니와, 녹수야 너는 어디로부터 오느냐'
우리에게 김삿갓이란 별명으로 너무도 잘 알려진 난고(蘭皐) 김병연이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을 바다보다가 즉흥적으로 노래했다는 물(水)이라는 제목의 싯귀다.
조선 순조 7년 안동 김씨 집안에서 태어난 김병연은 과거시험을 치르는 자리에 나가 단숨에 시제를 써내려 갔다.
홍경래난이 일어났을 때 반군에게 굴복했던 김익순을 호되게 질책하는 글귀였다.
그러나 그는 과거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병연은 그때부터 스스로 조상과 햇빛을 볼 자격이 없다고 여겨 삿갓을 쓰고 천하를 떠돌았다고 한다.
김병연이 어린 시절 시심을 닦았던 곳이 지금의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 계곡이다.
영월은 태백산 등 큰 산을 많이 끼고 있다.
그래서 유달리 계곡이 많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김삿갓계곡과 법흥계곡이다.
김삿갓계곡은 김삿갓이 생전에 무릉이라 칭했던 곳으로 약 6km에 달하는 계곡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계곡에는 김삿갓의 묘와 기념관 등 김삿갓과 관련한 각종 유적들도 있다.
법흥계곡은 서강의 상류인 수주면에 위치한다.
해발 1120m 사자산에서 발원해 법흥사 앞을 거쳐 주천강으로 흘러드는 계곡이다.
사암봉,사자산,백덕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모인 덕에 옆새우와 열목어 등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또 도롱뇽,쉬리,황쏘가리,자라,수달 등도 서식한다.
상동읍의 칠랑이계곡은 태백산에서 내려온 물이 지나는 곳.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가 깊은 그늘을 만들고 집채만한 크기의 둥근바위들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특히 이 계곡으로 흘러드는 지류를 따라가다 보면 한여름에도 찬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물이 차가워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미사리계곡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오지의 계곡이다.
김삿갓계곡 동쪽에 위치한 이곳은 진입로에서부터 계곡수를 따라 길이 좁다랗게 이어진다.
그러나 한참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10여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맞닥뜨리게 된다.
영월=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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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강 일원에서는 오는 7월30일과 31일 이틀간 동강축제를 연다.
축제기간중에는 맨손으로 송어잡기, 뗏목 띄우기 등 각종 행사가 마련된다.
손수 운전을 할 경우 영동고속국도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국도로 갈아탄 뒤 제천IC에서 내려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방향으로 간다. 서울에서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영월읍내 '김인수할머니 순두부집(033-374-3698)'에선 고소한 맛이 살아있는 강원도 순두부를 맛볼 수 있다.
순두부백반 5000원. 미사리계곡 입구 미사리촌집(033-374-9282)은 농장에서 직접 기른 오리로 만든 얼큰한 고추장 불고기(1마리 3만원)를 해낸다.
숙박시설 등 기타 관광정보는 영월관광홈페이지(//ywtour.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