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회계캠페인(13)]김우중 귀국으로 본 대형분식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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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분식회계, 이에 결코 뒤지지 않는 10조원대 사기대출, 200억원대의 외환유출 등을 자행, 한 때 재계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을 한 순간에 공중분해시킨 김우중 前 대우회장이 도피생활을 마치고 최근 귀국, 사법처리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셀러리맨의 신화' 김 前 회장과 거대 공룡기업 대우를 '패망' 의 길로 이끌어 준 것은 당시 독버섯처럼 퍼져 있던 기업들의 '분식회계' 관행이 직접적인 이유. 김 前 회장도 검찰 조사에서 "기업가 입장에서 분식은 악마의 유혹과 같다" 는 말로 이 같은 상황을 대변했다.
'분식' 이라는 악마의 유혹은 비단 당시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1세기에 접어든 현재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분식회계의 유혹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SK글로벌의 1조9900억여원의 분식회계, 현대상선의 1조4500억여원의 분식회계, 가장 최근 국민은행의 5500억원 분식회계 등 거대기업들의 분식회계는 계속되고 있는 것. 정부도 그동안 분식회계 근절을 위해 여러 수단을 써 봤지만 도통 '약발' 이 먹히지 않고 있다.
분식회계는 기업 입장에서 사실상 '파산선고' 나 다름없다. 분식회계를 통해 추락한 기업 이미지는 해당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정신적, 경제적 손해를 가져다 준다.
뭉칫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국가 경제의 측면에서도 막대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분식을 자행한 기업, 특히 분식의 주체인 기업경영진들에 대한 처벌은 말 그대로 '솜방망이'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
최근 집행유예 판정을 받은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前 회장 등도 이 같은 '솜방망이 제재' 의 최대 수혜자로 손 꼽힐 만 하다. 그들이 분식회계를 저질러 끼친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감안하면 사실상 '봐준 것' 이나 다름없다.
□ 끝나지 않은 '악마의 유혹'‥꼬리 물고 터져 나온 '분식회계'
지난 2003년 SK글로벌이 단일기업으로는 사상 최대규모인 1조9900억여원의 분식회계를 자행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경제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SK글로벌(현재 SK네트웍스)은 지난 2001 회계연도 은행명의의 채무잔액증명서를 위조해 1조2000억여원의 은행채무를 지지 않은 것처럼 처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총 1조9900억여원을 과대계상(분식회계)한 사실이 적발된 것.
SK글로벌의 분식회계가 시장에 던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해 8월 국가 최대 금융기관인 국민은행이 국민카드의 대손충당금 1조6500억여원을 대신 쌓아주는 등의 수법을 동원해 55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금감위 감리 결과 적발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하이닉스가 1999년 회계연도 기준 총 1조9800억여원의 분식회계를 자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하이닉스는 가공의 유형자산을 장부에 계상하고 감가상각비 또는 자산감액 손실 등으로 조정하거나 판매비와 관리비를 계상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차기 이후로 계상하는 등의 방법을 분식회계의 '도구' 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현대상선이 2000년 회계연도 매출채권 6231억원, 선박 등 유형자산 6021억원을 장부에 거짓 계상하는 한편 매입채무 420억원을 누락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1조4513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던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 이외에도 이름 께나 날린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현대상선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기에 앞서 동부건설이 1500억원 대의 분식회계를 자행한 사실이 적발됐으며 동부 계열사인 동부제강도 상품매출 등을 뻥튀기 하는 방법으로 430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 분식회계와 '그때 그 사람들'‥어떤 처벌 받았나
천문학적 액수의 분식을 자행하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최근 귀국한 김우중 前 대우회장은 현재 구속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김 前 회장은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당시 기업경영 관행을 들먹이며 선처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투자자들에게 준 피해와 대우 임직원들에게 안긴 정신적 피해, 국가 경제에 미친 악영향 등을 감안할 때 사법처리는 당연한 수순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규모 분식을 자행한 기업의 총수, 분식회계를 획책한 경영진들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은 그저 그런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3년 1조9800억여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자행한 SK글로벌의 경우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 김창근 SK그룹 구조조정 본부장 등이 분식 주연배우로서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랐다.
최 회장과 손 회장은 지방법원의 1심 공판에서 징역3년형을 선고받고 각각 보석으로 풀려났다. 최 회장과 손 회장은 지난 10일 고등법원에 제기한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손 회장은 1심에서 내려진 벌금 400억원에 대해서도 선고유예되는 등 '선처'를 받았다.
최 회장 등과 함께 구속기소된 김창근 前 SK구조조정 본부장도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최 회장은 SK그룹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으며 김창근 前 본부장도 과거의 허물을 벗고(?) SK케미칼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자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하이닉스의 경우 금감원은 20억원의 과징금을 비롯 당시 분식의 몸통이었던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4월 지방법원은 김영환 前 현대전자 사장, 김주용 前 현대전자 사장, 장동국 前 현대전자 부사장과 강명구 前 현대전자 부사장 등 하이닉스 분식의 주역들에게 각각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김영환 前 사장) 및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 "사법처리? 우리 그런 것 몰라요"‥분식책임 피해간 이들도 있어
집행유예 형태로 사법처리를 받은 분식경영진도 있었지만 사법처리는커녕 분식액수에 비해 미약한 액수의 과징금만을 부과 받고 끝나버린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적발된 현대상선의 1조4500억여원의 분식회계 사건의 주동자(?)들은 검찰에 고발되지 않고 사실상 분식회계의 책임을 면했다.
당시 '봐주기'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현대상선 분식사건은 금융감독당국은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기는 했지만 분식회계를 획책한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검찰고발 조치는 하지 않은 채 회계감리 자료만 넘겨주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5500억여원의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된 국민은행의 경우 금융감독당국은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당시 행장이었던 김정태 前 국민은행장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퇴진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짓고 말았다.
이 같은 일련의 분식회계와 관련한 처벌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반 투자자와 경제계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사실상 '봐 주는 것' 과 다름 없다" 며 "기업들의 분식회계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분식회계를 자행한 기업주 및 경영진들에게 좀 더 강력한 사법적 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조세일보 / 김진영 기자 jykim@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