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맨유의 박지성

차범근 감독이 선수시절인 1978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다름슈타트팀에 입단한 이후,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으로 소속팀을 옮기면서 축구대륙이랄 수 있는 유럽에서 '차붐'을 일으켰다. 차 선수가 골을 넣으면 전광판에 한글로 이름이 나타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을 뿐더러,20세기를 빛낸 축구선수 100인 중 한 명으로 기록돼 있기도 하다. 프랑스의 한 시인이 "차붐을 낳은 어머니와 조국에 경의를 표한다"고 한 얘기가 한갓 공치사만은 아닌 것 같다. 당시 차 선수의 분데스리가 진출은 그 자체가 커다란 뉴스였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이탈리아의 세리에 A와 함께 유럽의 4대 리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럽리그에의 입성은 명예와 부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기회이기에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 되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히딩크에게 스카우트돼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에서 활약하던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로 옮기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스포츠계가 떠들썩하다. 거액의 이적료도 그렇지만,그가 소속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은 세계 최초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 중에서도 최고의 명가여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산업운동의 발상지인 맨체스터에서 1878년 철도노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특히 이 팀의 닉네임은 '레드 데블스(Red Devils)' 즉 '붉은 악마'여서 우리에게는 친근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맨체스터는 영국의 자존심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동안 11번의 FA컵을 거머쥐었고 지금은 호나우두와 루니 등 스타들이 활약하고 있다. 축구팬들의 우상인 베컴과 베론도 얼마전까지는 이 팀 소속이었다.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축구의 기량이 향상되면서 안정환 선수가 세리에 A에서,이천수 선수는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했다. 우리 선수들이 한 명씩은 유럽 4대 리그에 발을 들여 놓은 셈이다. 가장 힘든 관문을 통과한 박지성 선수가 특유의 뚝심으로 유럽의 빅리그를 달구면서 '차붐'을 잇는'팍붐'의 돌풍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