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물자 수출통제 강화] 규정위반땐 최장 20년간 美수출 못해

국내 무역업체 A사는 지난해 맹독성 가스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시안화나트륨을 정부의 허가 없이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 수입업체가 시안화나트륨을 북한에 재수출한 것이 나중에 관계 당국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한국 뿐 아니라 미국도 발칵 뒤집혔다. 안 그래도 테러지원국으로 의심받고 있는 북한에 대량살상무기(WMD)의 원료가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사법부는 A사의 대표에게 1년6개월의 징역과 1년간의 수출입 금지,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다음 달부터 우리 정부 뿐 아니라 미국 정부도 대량살상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의 수출을 엄격 통제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특히 전략물자를 무단 수출했다가 적발될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을 최장 20년간 금지시키겠다는 초강력 제재를 예고했다. 심성근 산업자원부 전략물자관리과장은 "국내 기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회사 자체가 망하는 사례가 여럿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 "한국 기업 선처 없다" 미국 정부는 '9·11 테러사태' 이후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2001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협정에 따라 대량살상무기 및 그 원재료의 수출입을 규제했지만 2002년부터는 국제협정보다 더 강화된 독자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독자기준이란 전략물자 중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을 북한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 리비아 등 '테러국가'로 규정된 6개국으로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는 미국기업 뿐 아니라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 정부는 기준을 위반할 경우 △최장 20년간 미국으로의 수출 금지 △100만달러 또는 수출가액의 5배의 벌금 △최장 15년의 형사처벌 등의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 EU(유럽연합)나 일본 등으로의 수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 정부도 강경자세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맞춰 대외무역법에 전략물자 수출입 통제규정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엄격히 조사하지도 않았으며 국내 기업이 위반했더라도 강력히 제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산자부는 그러나 7월부터는 '법대로 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윤영진 산자부 사무관은 "전략물자 수출통제 시스템이 국제규범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기업들 무방비 상태 사정이 이런데도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준비가 거의 돼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가 한국갤럽과 함께 국내 618개 업체를 대상으로 준비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상기업의 71%가 전략물자 통제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한 번도 살펴보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정부 역시 그간 미국 정부의 강화된 규정에 따른 매뉴얼조차 만들지 못하는 등 준비부족이란 비판을 듣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개별 기업의 도산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미지 훼손도 우려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