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뉴스확대경] 강남집값 거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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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등중인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에 거품이 끼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1998~2003년 40% 올랐던 전국 아파트 값은 2004년 2% 떨어졌으나 올 들어 다시 2.5% 상승했다.특히 강남 아파트 값은 올해 5.6%의 상승률을 나타내며 2003년 ‘10.29 대책’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참여정부 들어 가장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꼽히는 '10·29 대책'마저 무위로 돌아가는 상황이 빚어지자 2년 만에 또 다시 거품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
집값 거품은 '터져 봐야 그게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사전적(事前的) 정의나 측정이 어렵다.
집값 거품은 주택의 가격(price)이 가치(value)를 넘어 지나치게 많이 오를 때 생긴다.
여기서 가치란 집값 가운데 펀더멘털 요인의 변화를 반영하는 부분을 가리킨다.
펀더멘털 요인이란 연간 주택 공급 물량,인구 구조,가족 형태,소득,물가,금리 등 집값에 영향을 주는 기본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을 말한다.
집값은 펀더멘털 요인 이외에 심리 요인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집값이 일단 오른다 싶으면 단시일 내 치고 빠지기로 대박을 꿈꾸는 투기 심리가 꿈틀거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길게 보면 집값은 반드시 오른다'고 믿는 '부동산 불패(不敗)'의 투자심리와 '앞으로 집값이 더 뛰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무리하게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불안심리까지 가세하게 되면 주택 수요가 갑자기 늘어 집값이 한동안 더 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집값이 투기(투자) 수요로 인해 펀더멘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오를 때 '집값 거품이 있다'고 한다.
집값 거품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는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 비율(PR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경제적 척도와 △투자 목적의 거래 비중,주택 거래자의 집값 전망 등 심리적 척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PRR의 역수에 해당하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자주 거론된다.
여기서 분자인 전세가는 주택의 사용가치,즉 주거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풀이된다.
나아가 실수요(실제 거주 수요)를 결정하는 주거 여건이나 소득 등 다른 펀더멘털 요인의 영향까지 전세가에 일부 반영돼 있다고 간주된다.
반면 분모인 매매가에는 주택의 사용가치 이외에 집값 상승 기대심리나 투기적 수요로 인한 집값 상승분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전세가율이 많이 떨어지면 집값 거품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 5월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조사가 시작된 1998년 1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특히 강남의 아파트 값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세가율 하락 현상은 주택 수급여건으로도 설명되고 있다.
중·대형 평형(40평형 이상)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들은 급증하는데,서울 특히 강남 지역에서 중·대형 평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것이 전세가율 하락의 원인이라는 것.
금리 여건 변화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로 떨어지면서 전세 거주자들이 전보다 쉽게 돈을 빌려 내 집 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 매매가가 중·대형 평형 중심으로 많이 오르고 소형 평형의 기여도가 높은 전세가는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따라서 낮은 전세가율이 곧 거품의 증거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집값 거품 여부는 여러 가지 척도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봐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집값 거품 척도는 주택 정책의 평가 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경제적 척도가 과열권을 가리키는데 심리적 척도는 안정권에 있다면 초과 수요 등 펀더멘털 요인의 변화에 따른 집값 상승이 시작되는 국면이다.
이 경우 올바른 대응방법은 주택 공급 확대다.
실물 경기가 의외로 빨리 회복돼 소득이 급증하거나 해외인력 수입 자유화 조치로 이민 인구 유입이 갑자기 증가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경제적 척도는 안정적인데 심리적 척도가 과열권으로 접어들고 있다면 집값 거품이 발생하는 조짐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는 무엇보다 투기 심리를 억제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집값 버블이 국지적인 경우에는 대체 신도시 조성,지방세율 인상,국지적 거래 규제 등을 통한 수요 분산이 적절한 대응책이다.
금리 인상 같은 거시정책 수단은 집값 거품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주택시장 이외의 경제 부문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을 때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철용 부연구위원 lcy@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