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꿈의 전도사, 황우석

도쿄 기온이 33도를 넘어 금년 최고기록을 세운 25일 도쿄한국학교 강당.에어컨이 없는 낡은 강당 안은 황우석 교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려든 6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의 열기까지 어우러져 더욱 뜨거웠다. 황 교수는 '생명공학과 미래의 삶'을 주제로 강연했다. 어려움 속에 공부하는 재일교포 자녀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달라는 학교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강연이었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 과정의 숨은 뒷얘기를 들려준 뒤 "이번 연구 성과는 땀과 눈물의 결과가 아니라 하늘이 한민족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며 "조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열매를 거두는 데 동참해달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이어 "50년 이상 고통 속에 시달려온 세계 난치병 환자들에게 '천사같은 과학' 의 기쁨을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로 공급하자"고 역설,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인간 클론은 언제 가능합니까." "교수님 연구에 윤리적 문제는 없습니까." "교수님은 공부말고 무엇을 잘합니까." 어린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바람에 강연은 예정 시간보다 20분 이상이나 지나 끝났다. 교수님이 귀국 비행기를 놓치겠다며 학교측이 서둘러 학생들의 질문을 중단시킨 뒤에야 겨우 강연회는 끝날 수 있었다. 황 교수는 "여러분은 나보다 모두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게 생겼다"며 "몇 년 뒤 서울 '관악 캠퍼스'에서 만나 같이 공부하자"고 말해 학부모들로부터 더 큰 박수를 받았다. 강연을 마무리한 황 교수는 "너무 더워 속옷까지 다 젖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이 학교 강당에 에어컨을 설치해달라고 교육부장관에게 부탁하겠다"는 말과 함께 과학도서 200여 권을 기증한 뒤 급하게 공항으로 떠났다. 황 교수가 떠난 뒤 기자가 만나본 학생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줄기세포가 뭔지 몰랐는데 쉽게 설명해줘 과학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저도 어른이 되면 황 교수님처럼 훌륭한 연구자가 될래요…."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