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대학운영도 결국 경영 아니겠습니까"
입력
수정
"효율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학도 기업 경영 마인드로 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계에서 쌓은 경영 노하우를 총동원해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외환위기 직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맡아 6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재계의 격변기를 현장에서 지켜온 손병두씨(64)가 대학 총장으로 변신했다.
손 전 전경련 부회장은 최근 서강대 차기 총장으로 내정돼 27일 취임한다.
서강대 총장에 가톨릭 신부가 아닌 평신도 출신이 임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의 마당발'에서 대학 총장으로 변신한 손 내정자는 "대학도 기업의 경영 마인드를 받아들여 운영의 묘를 살리면 경쟁력을 높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한 뒤 구체적인 학교 운영 방안을 밝히겠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꺼리던 손 내정자는 26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우수 인력 양성에 전력을 쏟겠다"며 서강대 '경영'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손 내정자가 셀 수 없이 많은 강연을 했다는 것은 다들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말하라면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 겸임교수로 잠시 활동했을 뿐 이렇다 할 경력이 없다.
그런 그가 선뜻 대학 총장으로 나서기로 한 것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바른 뜻을 세우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변신에 능한 손 내정자는 "인재 육성에 마지막 인생을 걸었다"고 힘줘 말했다.
천성이 부지런한 데다 폭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 재계의 마당발로도 통하는 손 내정자는 경력도 화려하다.
1966년 전경련 공채 2기로 조사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1970년 중앙일보 기획실을 거쳐 1972년 삼성그룹 비서실로 자리를 옮긴 뒤 10년을 비서실에서,2년여를 제일제당에 근무하면서 기업 경영 노하우를 익혔다.
회사 생활을 접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경영학 석사학위를 따낸 그는 1988년 동서경제연구소 사장 타이틀로 재계에 복귀했다.
1995년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을 맡아 전경련과 다시 인연을 맺은 그가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초 전경련 상근부회장에 선임되면서부터.친화력 있고 온유하면서도 옳다고 생각하면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손 내정자의 강한 추진력을 고 최종현 당시 전경련 회장이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손 내정자는 2003년 2월까지 6년 동안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왕성하게 일하면서 한편으로는 재계의 이해를 조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노사정위 협상에서 재계측 간사 역할을 맡았고 노동법을 개정할 때 재계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외환위기가 터진 후 대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는 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몰아붙여 양보와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에 떠밀려 기업 개혁이 추진될 때에도 "개혁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었다.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활동할 때는 점심 저녁은 물론 아침 식사도 두 번이나 해야 할 때가 잦았을 정도다.
2003년 2월 전경련 상근부회장에서 물러났지만 그에겐 '은퇴'라는 단어가 없었다.
자신의 경험담을 듣기 원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가 기업가 정신을 전파했다.
중소업체에서 경영 자문을 요청하면 고문 자격으로 경영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얻은 직함도 한둘이 아니다.
기업 혁신 노하우를 전파하는 카네기클럽의 회장이고 가톨릭 평신도 사도직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가 서강대와 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주위 인사들이 독실한 신앙생활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서강대 재단측은 총장 선임 배경으로 손 내정자의 다양한 사회 경험을 먼저 꼽고 있다.
서강대의 정체성과 위상을 되찾는 데 누구보다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손 내정자는 "경제든 기업이든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리더십이란 정부나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간섭하는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조직에 건전한 비전을 제시하고 에너지를 한 곳에 결집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조직에서건 리더십을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면 뜻밖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경련 부회장 시절 정부 관료와 만났을 때도 획일적인 기준을 내세워 통제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는 점을 역설했다.
외환위기 직후 '부채비율 200%' 규제가 결국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런 소신을 보면 손 내정자는 학교가 처한 현실을 꼼꼼히 따져 본 뒤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 외에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손 내정자.그가 어려움에 처한 교육 분야에서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이익원·양윤모 기자 iklee@hankyung.com
△1941년 경남 진주생
△학력
-1959년 경복고등학교 졸업
-1964년 서울대 경제학 학사
-1990년 한양대학교 경영학 박사
△경력
-1966년 전경련 조사역
-1972~81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1981~83년 제일제당 이사
-1988~94년 동서경제연구소 사장
-1994~95년 동서투자자문 사장
-1995~97년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1997~2003년 전경련 상근부회장
-2004년~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