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을 찾는 변호사들] (2) 부동산 업계 알아주는 '법률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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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법원 앞 아크로비스타 빌딩. 총 750여 가구가 입주해 있는 이 아파트 건물 안에 사무실이 유일하게 하나 있다.
C동 1304호로 최광석 변호사(사시 36회)의 로티스 합동법률사무소다.
실내화를 신고 안으로 들어서면 일반 가정집처럼 마루 바닥에 주방까지 갖춰져 있다.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와 거실에 길게 늘어선 책상과 법전을 뒤적이는 직원들만 아니라면 사무실인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다.
딱딱하고 주눅 들기 쉬운 여느 변호사 사무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분위기다.
"고객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가 이 곳에 둥지를 튼 이유다.
5년 전 내로라하는 로펌을 뛰쳐나올 때도 그랬다. 명분은 간단했다. 한 분야를 파지 않으면 해마다 800명씩 쏟아지는 변호사들과의 경쟁에서 배겨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전문 변호사 시대가 도래했다고 떠들썩했지만 대부분 현실에 만족했다. 굳이 전문가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사건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달랐다. 부동산 분야를 깊게 파고든 변호사나 로펌이 없다는 사실을 간파한 그는 주저 없이 '블루오션'인 부동산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남들이 생각에 머물러 있을 때 저는 행동으로 옮겼을 뿐입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우직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뚝심이 없으면 피곤한 인생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법. 아무도 그를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알아주지 않았다.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처음 찾아간 곳이 부동산 관련 전문 잡지사였다. "글을 좀 싣게 해달라"는 변호사의 엉뚱한 부탁에 잡지사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후 꼬박 3년간 공을 들였다. 케이블TV에도 얼굴을 내밀고 신문에도 기고했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아침 깨어 보니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돼 있었습니다."
인터넷은 최 변호사의 또 다른 성공 비결.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등 부동산 전문 포털사이트에 실은 칼럼들이 날개 돋친 듯 퍼져 가면서 인지도가 단기간에 수직 상승했다.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도사인 안철수씨(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를 벤치마킹한 덕분이라며 그는 공을 자신의 멘토(정신적 스승)에게 돌렸다.
"안씨가 바이러스 백신을 공짜로 배포한 덕분에 신종 바이러스는 가장 먼저 안철수연구소로 신고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따라 해봤는데 처음에는 시간을 들여 혼자 고민한 법률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기가 무척 아까웠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최 변호사에게 국내 부동산 관련 법률서비스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그가 '세분화'와 '특화'를 입에 달고 다니는 이유다. 실제 그의 사무실에 있는 11명의 법대 출신 직원들 모두 변호사 뺨칠 정도의 법률 실력을 자랑한다. 건물 명도,경매,분양권 등 각자 맡은 분야가 따로 있어 '한 우물'만 판다.
의뢰인과의 상담 과정에 참여시켜 도제 식으로 훈련시키는 것도 이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다. 올해 새로 영입한 김소연 임화선 변호사(사시 44회)에게 각각 재건축·재개발과 부동산 중개 분쟁만을 맡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변호사는 골프를 안 친다. 골프장에서 맺어진 인연이 부동산과 관계 없는 사건 수임으로 이어져 '외도'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다. 결벽증과도 같은 전문화를 향한 그의 열정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성격 나쁜 변호사는 참을 수 있어도 실력 없는 변호사는 용서될 수 없습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그의 메시지다.
김병일.양윤모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