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바이킹과 이순신

노르웨이는 바이킹의 나라다. 바이킹의 침략을 받은 영국이나 프랑스는 그들을 '머리에 뿔이 난' 해적으로 묘사했다. 반면 스웨덴 덴마크와 함께 중세 8∼11세기 배를 타고 먹을 것을 찾아 나섰던 노르웨이에서는 바이킹이야말로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 전략의 원조였다. 그래서 노르웨이 사람들은 선조 바이킹들에 대해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바이킹(viking)이란 말은 '입구'를 뜻하는 노르웨이어 비크(vik)에서 나왔다. 중세 노르웨이의 부유층은 '1부2처제'였다. 문제는 장남이 재산을 모두 상속받는 관습이었다. 동생과 서자는 생존을 위해 바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바이킹이 이용한 수단은 배였다. 바이킹은 당시 배를 가장 잘 만들었다. 스칸디나비아의 넓은 삼림에 널린 나무들. 반도의 대부분을 둘러싼 바다. 빙하가 녹아서 생긴 피오르드가 많아 해안선도 복잡하다. 이런 자연조건에 따라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달했다. 바이킹은 한 배에 30명가량을 태운 전투함을 이끌고 잉글랜드와 프랑스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을 정복했다. 뱃머리와 후미가 똑같아 앞뒤 방향 전환이 필요없는 뾰족한 배는 기습작전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 바이킹은 유럽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후 바이킹의 후예들은 조선과 해운업을 발달시켜 오늘날 부국의 원천으로 삼았다. 요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등에 이어 세계 5위권에 드는 원유 생산국이다. '고유가'로 휘파람을 불고 있다. 바이킹이 항해하던 바다 밑은 북해산 황금원유를 쏟아내는 또하나의 '블루 오션'으로 떠올랐다. 남한 면적의 4배 정도인 땅에서 인구 500만명이 한 사람당 4만2200달러의 소득으로 풍요롭게 살고 있다.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에선 홀수 해마다 '노르 쉬핑(Nor-Shipping)'이란 선박박람회가 열린다. 6월 초순 오슬로 인근 노르웨이 무역전시장에서 개최된 올해 행사에 한국 조선업체들이 박람회장 한 가운데를 차지했다. 40여개국 700여 관련업체가 참가한 박람회에서 한국이 세계 1위의 '조선강국'임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노르웨이에서 바이킹이 조선과 해운업 발달의 1등 공신이었다면 세계 선박건조 발주량의 40%를 휩쓸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이순신 장군이 있었다. 30여년 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조선을 수주하고도 돈을 빌릴 데가 없자 영국의 한 금융회사에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외화를 유치했다. 이순신 장군 덕분에 한국 조선업계는 '블루 오션'을 항해 중이다. 한 척당 2억달러가 넘는 LNG선을 비롯 1만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선박과 플랜트 개념이 섞인 석유제품저장선박(FPSO) 등과 같은 고도의 첨단기술을 쓰는 고부가가치선박 건조로 중국 등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노르웨이는 북해산 원유로 바이킹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에겐 이런 자원이 없다. 우리가 끊임없이 '블루 오션'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구학 산업부 차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