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고승들 생가 복원 붐

지난 2001년 조성된 경남 산청군 단성면의 지리산 겁외사에는 1년 내내 불교 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 고승인 성철 스님(1912~1993)의 자취를 보기 위해서다. 이곳은 성철 스님이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기 전까지 살았던 생가터.그 자리에 지어진 겁외사와 기념관에는 성철 스님이 평생 걸쳤던 누더기 한 벌과 검정 고무신,소학교 학적부와 독서편력기,출가 후 수행 관련 기록 등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출가 후 한번도 고향땅을 밟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성철 스님이 입적 후 고향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셈이다. 오래 전에 입적한 불교계 고승들의 생가복원이 잇따르고 있다. 고승들과 인연이 있는 사찰과 생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생가복원에 나서고 있는 것.불교계에 큰 족적을 남긴 고승들을 기리려는 사찰들의 의도와 관광객 증가를 꾀하는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던 용성 스님(1863~1940)을 기리는 백용성조사유훈실현후원회와 전북 장수군은 지난 98년부터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의 용성 스님 생가터에 죽림정사를 조성했다. 7000여평의 터에 세워진 죽림정사는 대웅전과 108평 규모의 교육관,400여점의 유품이 전시된 기념관,종각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점안법회를 가진 용성조사전은 법당 안팎의 벽면 전체를 불화(佛畵)로 장식해 주목받고 있다. 또 월정사(주지 정념)는 조계조 초대 종정을 역임한 한암 스님(1876~1951)의 생가를 강원도 화천군과 함께 94억원을 들여 2008년까지 복원키로 하고 지난 3월부터 공사중이다. 한암 스님 생가는 화천 지방의 특성을 살려 하남면 계성리에 20평 규모의 한식 목조건물로 복원되며 유품을 전시할 기념관과 1000평 규모의 수련관도 건립될 예정.보물 제496호 계성리 석등이 있는 생가 근처의 계성사지도 복원할 계획이다. 부산 범어사(주지 대성)와 충북 단양군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동산 스님(1890~1965)의 생가를 2007년까지 복원한다. 100억원가량을 들여 단양군 단성면 중방리 생가터 일대 1만8000여평에 대웅전과 기념관,동상 등을 갖춘 기념 사찰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8년 성철 스님 생가복원에 나섰던 원택 스님(부산 고심정사 주지)은 "당시만 해도 큰스님의 뜻에 어긋난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연간 1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됐다"며 생가복원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