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동남아 구상은… '제2의 중국' 가능성에 주목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의 단골 출장지역은 일본이었다.첨단을 달리는 현지 전자업계의 흐름을 짚어보며 한국보다 한 수 위인 기술과 경영전략을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품질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일본 편향적이었던 이 회장의 해외출장 일정도 점차 바뀌고 있다.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직후 다녀온 헝가리 슬로바키아, 지난 4월 디자인 전략회의를 연 이탈리아에 이어 이번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왜 동남아인가


이 회장은 29일 태국 사하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전자레인지 및 컬러TV 복합라인,웰그로우 공단에 자리잡은 삼성전기의 영상부품 생산라인 등을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동남아 지역 사업장 방문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동남아 방문을 통해 IT와 가전분야에서 새로운 전략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지 시장공략을 독려하고 중국시장과의 연계방안을 적극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동남아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중국 내수시장의 과열과 맞물려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내수판매가 적자나 다름없는 상황을 맞고 글로벌 IT기업들 간의 시장쟁탈전이 출혈경쟁으로 치닫게 되면서 삼성 내부에선 중국에 버금가는 '제2의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비록 중국보다 산업인프라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6억명의 인구에 연평균 7∼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은 매력적인 신흥시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과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고 범화교 자본이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동양 특유의 젓가락 사용 문화권에 편입돼 단기간에 노동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생산기지로도 활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역전략 바뀌나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SDI 전기 코닝 등 전자 계열사들은 동남아 일대에 광범위한 생산기지를 구축해놓고 있다.
전자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전기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에,SDI와 코닝은 말레이시아에 각각 사업장을 두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의 방문을 계기로 동남아 해외법인들의 사업을 확대 재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세부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서 제조 원가 상승과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사업장을 동남아로 이전하는 방안이 중점 검토될 공산이 크다.
이 회장은 이날 태국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지 임직원들에게 "동남아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성능과 기술 경쟁력은 일정 수준에 와있는 만큼 앞으로는 브랜드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경영의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