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IC운영 '외부입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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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화
오늘 한국투자공사(이하 KIC)가 공식 출범한다. 우리나라에도 싱가포르의 GIC 같은 대형 정부투자기관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온 필자로서 KIC의 출범은 환영할 만하다. 그간 유관 부처 및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화합 덕분으로 KIC의 설립이 성사되었고,최고 책임자 인선도 정부가 당초 약속한 대로 전문가 출신이 영입돼 한국 최고의 자산운용기관 진용을 갖춘 점을 높이 살 만하다.
이번 출범에 맞춰 향후 KIC의 운영과 관련,바라는 점이 있다면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KIC는 철저한 수익성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 KIC 설립목적 중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 보유외환의 운용 효율성을 제고하고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기존 한국은행의 안정성·유동성 위주와는 달리 운용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의 정책적 입김이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둘째,KIC는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과 연계해 국내 자산운용업 발전 등에 기여해야 한다.
자산운용업은 금융산업 가치사슬의 상위에 있어 기초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능력이 크고,향후 발전 잠재력과 동북아 내 경쟁우위 확보 가능성이 높아 금융허브 구축의 선도산업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KIC는 외국 자산운용회사 지역본부의 국내 유치를 추진하는 한편 이들과의 경쟁 및 국내 금융 인력의 고용 촉진 등을 통해 국내 자산운용회사의 능력 배양 등을 유도할 수 있다.
셋째,KIC는 자산운용 및 위탁 능력을 적극 활용하여 투자관련 정보 외에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보 수집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은 곧 힘이며 돈 있는 곳에 고급 정보가 모이게 마련이다. KIC가 수집하는 고급정보는 자산투자 및 위험관리뿐만 아니라 국가정책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분석 및 활용에 있어 국제금융센터 등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는 정보의 활용 효과를 한층 배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번 KIC의 출범만 가지고 너무 성급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먼저 KIC가 기존 외환보유액 운용과 달리 안정성·유동성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렇다고 단기간에 과도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KIC의 설립목적이 선진 운용 노하우 획득에 있음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수익추구는 조직 구성 및 내부 인프라의 선진화를 익히고 난 후에야 가능하며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 KIC의 자산운용과 관련한 과도한 정보 공개 및 투명성 요구는 국익 차원에서 신중히 다뤄져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GIC와 달리 KIC는 한국투자공사법 제정 과정에서 투명성 요구가 상대적으로 컸으며 이로 인해 향후 자산운용과 관련해 정보가 상당히 노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민 및 국회에 꼭 알려야 할 부분은 공개해야 하겠지만 자산 운용 및 포트폴리오 구성에 영향을 줄 정도의 정보 노출은 투자수익률 제고 및 국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KIC는 운용자산의 수익성 추구,국내 자산운용업 발전에 대한 기여,고급 정보의 획득 등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우리나라의 또 다른 대표기관이지만,한편으로는 이제 갓 일어서기 시작한 초년병이다.
단기간 내 GIC와 같은 국제적인 대형 투자기관을 만들기 위해 채찍도 써야 하지만 막중한 책임을 진 초년병을 다독거려 훌륭한 병사로 만들기 위한 선배 기관의 협조와 국민의 지지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