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헌소제기 법무팀 "의결권 족쇄로 그룹 해체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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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지난 28일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한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에 대한 우려감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정책 리스크를 방치해 둘 경우 자칫 그룹이 해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오는 2008년을 시한으로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을 15% 선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도록 돼 있지만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도중에 규제의 틀을 더욱 강화하는 형태의 개정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같은 논리로 2008년 이후 의결권 제한 기준선이 15%에서 10%나 5%로 낮아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내에서 이 같은 의견을 강하게 개진한 쪽은 구조조정본부 내 법무실.대검 수사기획관 출신 이종왕 사장이 이끄는 법무실은 공정거래법의 위헌 여부 검토 작업부터 최근 헌법소원 제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헌법 소원은 세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분야이긴 하다.
하지만 헌법소원 제기 자체가 '정치적인 의사결정'의 성격을 띠고 있고 파장 또한 적지 않다는 점에 비춰볼 때 구조본의 핵심 조직인 재무팀 대신 제쳐놓고 법무실이 나선 것은 삼성그룹 내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사장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본 전체 회의에서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정책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피력해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2008년 이후 정부가 15% 기준선의 하향 조정을 시도할 경우 삼성은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강하게 폈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헌법 소원을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참석자들로부터 만장일치 찬성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삼성은 하지만 헌법 소원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겪게 될 후유증에 대해서도 신경 쓰는 분위기다.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들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규제 강경론자들의 입지가 더욱 넓어져 그룹 전체가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위헌 판정이 내려질 경우에는 '금융의 산업지배'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자연스럽게 종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삼성그룹 3개 계열사가 공정거래법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심판사건의 주심을 주선회 재판관에게 배당했다고 30일 밝혔다.
삼성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ㆍ보험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이 종전 30%에서 2008년 15%로 낮아지게 되자 재산권과 평등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조일훈.김병일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