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으로 가자] (9) 'QB하우스'..감성보다 기능적 요소 강화

전형적인 일본의 이발 서비스는 우리가 흔히 쓰는 화장품과 닮은 구석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것이다. 내용물보다 포장,마케팅에 더 공이 들어간 화장품처럼 이발도 머리 깎는 시간보다 다른 서비스 시간이 더 길다. 얼굴 마사지부터 어깨 안마,면도,피부관리,머리감겨 주기 등 각종 부가 서비스가 이어진다. 마치 하나의 의식(儀式)과 같다.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서비스를 잔뜩 추가하다 보니 이발하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리고 가격도 비싸졌다. 많은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능(function)과 감성(emotion) 두 카테고리 중 하나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각각의 요소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전형적인 일본 이발소의 경우 이발을 아예 감성에 호소하는 서비스로 못박고 고객들의 감성을 더 자극하는 데만 관심을 가져온 게 현실이다. 블루오션전략은 각 산업에 있서 감성과 기능의 중심점을 이동해보면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고 강조한다. 감성에 무게를 뒀던 제품·서비스에 기능적인 요소를 가미시키거나,기능에 초점을 뒀던 제품·서비스에 감성을 더하는 것이다. 큐비하우스는 전자에 해당한다. 이발을 실용적인 서비스로 인식해 감성적인 요소보다 기능에 중점을 뒀다. 덕분에 가격 거품을 조장했던 부가 서비스를 확 줄일 수 있었다. 큐비하우스는 이발소의 본업인 이발에만 중점을 뒀으며 한 발 더 나아가 머리 감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진공 머리카락 흡입기까지 설치했다. 부가 서비스를 줄인만큼 가격을 기존 이발소보다 3분의 1∼5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고 이용시간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원가 절감 효과도 상당했다. 서비스를 줄이자 인건비가 감소하고 이발사 1인당 필요한 공간도 줄어들어 시간당 매출이 50%나 향상됐다. 언제 이발이 가능한지를 알려주는 교통 신호등 같은 장치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줄이고 예약 데스크를 필요 없게 만들었다. 큐비하우스는 감성적인 서비스로 인식되던 이발을 기능적으로 접근해 '패스트푸드식 이발소' 또는 '편의점형 이발소'라는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었다. 여성이란 이발소의 비고객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인 것도 이런 전략의 결과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