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외계인의 대살육 '우주전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우주전쟁'은 SF영화라기보다는 재난영화에 가깝다.


'투모로우'에서 기상이변이 인류를 도탄에 빠뜨렸던 것처럼, 여기에서는 외계인이 지구인과 지구문명을 일방적으로 파괴한다.
영화 시작 1시간이 흐른 뒤에야 인류의 반격이 시작되지만 성과는 별로 없다.


외계인에 맞서는 지구인들의 행동에서도 아무런 비전이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외계인을 물리치는 주인공도 사람이 아니다.
'ET'와 '클로스 인카운터' 등에서 스필버그가 보여줬던 외계 생명체에 대한 경이로움은 사라졌고,'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제시했던 미래세계에 대한 비전도 상실했다.


오로지 외계인의 끔찍한 살육과 인간의 무기력함만이 화면에 가득하다.


게다가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왜 죽이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작품은 외계인에 대한 공포를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한 작품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외계인들이 수백만년 전 지구 땅밑에 트라이포드(세발괴물)를 묻어 놓았다는 설정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명화 과정에서 땅이 여러번 파헤쳐졌고 따라서 괴물의 정체도 발각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플롯상의 결함은 가족 구출에 헌신하면서 부권을 회복해 가는 가장의 드라마에 가려진다.
희망 없이 살아가는 막노동자 역을 맡은 톰 크루즈는 외계인에 비해 형편없이 약한 지구인의 지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주인과 만나는 장면에서도 주인공은 그들을 몰래 숨어서 관찰할 뿐이다.


주인공 딸 역의 다코다 패닝도 지나치게 무기력하다.


특유의 조숙한 아역배우 이미지를 살려내지 못한 채 그저 놀라고 비명을 지르는 아이로 등장한다.


그러나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답게 볼거리들은 풍성하다.


땅에서 솟구치면서 인간들에게 살인광선을 날리는 세발괴물, 추락한 항공기 잔해의 섬뜩한 광경, 불이 붙은 채 달리는 기차 등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맑은 강물을 바라보는 소녀 앞에 시체들이 하나 둘씩 떠내려 오는 장면은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7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