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시장 성장세 '내리막길'‥ "한계 왔다" 분석도

VTR를 대체한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영화 제작업자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줬던 DVD가 위성 및 케이블TV 성장과 비디오게임·인터넷 등 다른 미디어와의 경쟁심화로 올 들어 판매량 증가율이 급감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은 4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분석을 인용,지난해 미국의 DVD 판매량 증가율이 29%에 달했지만 올해에는 9%로 낮아지고 2006년에는 4%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작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DVD 시장이 TV와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급격히 위축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둔화되는 DVD 판매 증가율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최대 히트작이었던 '인크레더블스'의 DVD 판매량이 예상했던 수준에 크게 못 미쳐 올 2분기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15센트에서 10센트로 하향조정했다. 또 드림웍스는 '슈렉2'의 판매량이 당초 전망치보다 500만개나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 5월 중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주요 소매상들의 DVD 판매량도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미국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올 1분기 비디오게임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DVD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800개 매장을 가진 트랜스월드 엔터테인먼트도 1분기 DVD 판매량이 2% 줄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인 샌포드 C 번스타인은 DVD 한 개당 평균 도매 가격이 지난해 10.21달러에서 올해는 9.6달러로 떨어져 관련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관의 톰 울젠 애널리스트는 "당초 우리의 분석 모델로는 DVD 판매량 증가율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시장이 빨리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매체 급부상 DVD의 성장세가 급격히 주춤해지고 있는 것은 다른 미디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중파TV나 위성방송,케이블TV의 시청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여가 시간에 인터넷이나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다. 특히 미국 위성방송과 케이블TV업체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거의 공짜로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를 가입자들에게 공급,여가시간에 이미 방송된 TV 프로그램을 녹화해 보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DVD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DVD 공급 물량이 급증한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1998년에는 극장 개봉작을 DVD로 발매하는 데 평균 200일이 걸렸지만 현재는 137일로 줄어들었으며,영화뿐만 아니라 TV프로그램의 DVD 제작도 늘면서 공급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요는 늘지 않아 영화사들이 반품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미디어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영하는 아티잔 엔터테인먼트의 아미르 말린 최고경영자(CEO)는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는 반면 선택할 미디어는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MGM과 소니엔터테인먼트의 신작 DVD마저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어 유망시장으로 꼽히던 DVD시장의 성장세가 한계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