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연속 저성장 예고 .. 한은, 올 성장전망치 3.8%로 내려

한국 경제가 올해도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5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3.8%에 그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한은과 정부 당국은 이 같은 성장률 하락을 '신용카드 거품' 여파로 민간 소비가 여전히 저조한 데다 국제 유가 급등 등 외부 악재가 겹친 탓에 불가피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 경제가 유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허약 체질인 데다 투자 감소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도 "지금 당장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투자 부진이 계속되면 잠재성장률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고유가·부동산 가격 급등 불안 요인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무엇보다 국제 유가가 지난해 말 전망치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말 전망 때는 올해 연평균 원유도입 단가를 배럴당 34달러로 가정했다. 그러나 이번 전망에서는 연평균 원유도입 단가를 배럴당 48달러로 대폭 높였다. 요즘과 같은 국제유가 급등세가 지속되면 이런 요인만으로도 연간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0.7%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한은은 그러나 소비는 상반기보다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부터 고용 사정이 개선되고 있어 가계 소득이 조금씩이나마 늘어나고 신용카드를 통한 물품 구매도 증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고유가와 더불어 부동산 가격 급등이 하반기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잠복해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지속돼 강도 높은 부동산 안정 대책이 나올 경우 건설 투자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은 한은이 제시한 3.8%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게 한은 안팎의 진단이다. ◆3년 연속 잠재성장률 밑돌아 올해 성장률이 한은의 전망대로 굳어질 경우 한국 경제는 2003년 이후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된다. 한국 경제는 2002년 신용카드 남발 등 인위적 경기 부양으로 7.0%의 반짝 성장을 이뤘으나 그 후유증으로 2003년 3.1%,2004년 4.6%씩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저성장세가 이어지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사정 악화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해마다 40여만명 정도가 노동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이 4%에도 못 미치면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으로 인해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 가장 먼저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계층 간 양극화가 더 한층 심화돼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현재 수준의 체력으로는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되더라도 그 흐름에 탄력을 가해줄 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경제의 체력을 기르는 게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공공 부문이 아니라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