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부동산 이야기] '징지스융팡(국민주택)' 분양에 줄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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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5·11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징지스융팡(經濟適用房·국민주택)'의 분양 열기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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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90년대 후반 주택 사유화와 함께 등장한 국민주택은 분양 번호를 먼저 받은 사람이 좋은 위치를 골라서 살 수 있다.
따라서 줄서기가 보편화돼 있다.
중국 언론에는 베이징 시에 지난달 중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몰려 이틀 밤을 지새며 줄을 섰다거나 분양 번호를 받기 위해 섭씨 38도의 무더위 속에서 50일째 천막 생활을 하는 시민들의 애환 등이 수시로 소개된다.
국민주택의 분양 열기는 급증하는 실수요와 투기 수요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민주택은 무주택자만이 분양받을 수 있다.
그것도 일정 수준 이하의 저소득층에 국한된다.
베이징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개발 현장은 철거민의 양산을 짐작케 한다.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일반 분양주택의 절반 가격에 공급되는 국민주택뿐이다.
국민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심지어 소득증명서 위조 등을 통해 국민주택을 여러 채 분양받은 뒤 임대료 수입을 올리는 투기꾼들까지 분양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인 타운으로 불리는 왕징에 위치한 일부 아파트 역시 국민주택이지만 이들 투기꾼이 보유한 임대용 주택이 적지 않다.
무주택자들은 "있는 자들이 임대 수입을 위해 우리들의 몫을 빼앗아갔다"며 울분을 터뜨린다.
중국 정부는 국민주택 개발업체에 토지 사용권(중국에서 토지는 모두 정부가 소유)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한편 벽 두께도 얇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건설 원가를 일반 주택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주택은 호화 주택으로 탈바꿈해 있다.
중국 최대 국민주택 단지가 있는 베이징의 회롱관 문화주택단지가 대표적이다.
개·보수를 끝낸 국민주택 매물 가운데는 '욕실마다 TV 시청 가능하고 총 6대의 TV와 7대의 에어컨 구비'라는 문구를 내건 호화 주택이 눈길을 끈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월 시행에 들어간 5·11대책에서 국민주택 개발업체의 수익률이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데 이어 불법 매입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민주택의 투기화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중국 부동산업계에선 국민주택 개발 수익률이 3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