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도시에 순치된 동물 배꼽잡는 정글 탈출 '마다가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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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굶은 사자의 눈에는 얼룩말 친구의 엉덩이가 고깃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한다.
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곳을 덥석 물었다가 스스로 자책감에 시달리며 정글 속으로 달아난다.
그는 이기심(식탐)보다는 우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사자는 온당한 결정을 내렸지만 고통스런 허기를 견뎌내야만 한다.
드림웍스의 애니매이션 '마다가스카'(감독 에릭 다넬,톰 맥스래스)는 문명의 상징인 뉴욕의 동물원에서 사육되던 동물들이 우연히 마다가스카의 원시림으로 돌아가 겪는 모험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에서는 사람과 동물의 입장이 뒤바뀌어 등장하는 것이 이채롭다.
사자는 자신이 스타이며 사람은 스타를 좇는 열성팬으로 간주된다.
사람들은 말을 거의 하지 않거나 개성을 상실한 군중들로 묘사되지만 동물 캐릭터들은 독특한 성격에 대단한 수다쟁이들로 그려져 있다.
사자와 얼룩말 하마 기린 등 4인조 동물원 친구들이 정글에 도착한 뒤 뉴욕 동물원으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도 인간의 특징이 투영돼 있다.
이 영화에서 자유를 진정 사랑하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펭귄들도 남극이 아니라 마다가스카로 정착지를 바꾼다.
문명의 세계에 순치된 동물들이 야생의 고향에서 적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 받고 성장한 곳이야말로 우리가 아껴야 할 진정한 고향이라고 말하는 듯 싶다.
정글에서 겪는 사자의 굶주림은 우정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양보와 희생이 따른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기존 유명 영화들에 대한 풍성한 패러디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동물원 탈출(쇼생크 탈출),바다에서 표류 중인 사자가 배구공과 대화하는 모습(캐스트 어웨이),사자의 눈에 하늘에서 스테이크가 쏟아져 내리는 장면(아메리칸 뷰티) 등이 그것이다.
갈기가 세밀하게 묘사된 사자 알렉스는 90년대 애니매이션 '라이언 킹'의 사자보다 훨씬 진짜 같다.
3D기법을 도입한 뉴욕의 빌딩숲도 실감난다.
문제는 이야기 구성에 있다.
동물들의 모험으로 관객들의 고양된 감정이 후반부에서 돌연 거품처럼 꺼져 버린다.
그것은 사자가 정글에서 겪는 경쟁자와의 갈등과 관련된 절정부가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사자의 호적수는 사실상 굶주림뿐인데 그것이 펭귄 요리사의 등장으로 너무 쉽게 해결된다.
14일 개봉, 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