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대 원천기술 수입 '쥐꼬리'

국가 경쟁력의 핵심동력으로 일컬어지는 이공계 대학의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로열티 수입이 극히 저조하다. 국내 1위 대학의 누적 기술료 수입이 미국의 27위 대학이 불과 1년간 기술료로 벌어들인 것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1위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수입액이 2~9위권 대학의 합계보다 높아 이공계 대학의 기술개발 편차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국기술거래소가 국내 이공계 대학의 기술 이전 실적을 조사한 결과 KAIST는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기술료로 80억6200만원을 벌어들여 1위에 올랐다. 이는 2위 포항공대(15억5900만원),3위 한양대(9억8800만원),4위 서울대(8억1000만원),5위 경희대(7억3000만원) 등 2~10위 대학들의 기술료 합계인 62억2000만원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KAIST의 누적수입을 미국 대학의 2003년도 기술료 수입과 비교하면 1위인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한해 수입인 1억4100만달러(약 1500억원)의 5.5%에 불과하며 27위인 유타주립대의 한해 수입 801만달러(80억5000만원)에 겨우 맞먹는 수준이다. 2004년 한 해 동안 서울대가 6억8000만원의 기술료 수입을 올려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이 수치는 미 컬럼비아대의 0.4%,유타대의 8%에 그치고 있다. KAIST는 4억5000만원으로 컬럼비아의 0.3%,유타대의 5% 선이다. KAIST에 들어가는 연구비는 2003년 기준 1000억원이었으며 컬럼비아대는 4억3648만달러(4583억원),유타대는 2억6937만달러(2700억)이었다. 조사 대상 4년제 이공계 사립대 115개 중 79개(61%)가 기술 이전 실적이 전무했으며 국공립대도 33개 중 15개(45%)는 기술이전 경험이 없었다. 특히 대학들은 기술 보유건수 1만3644건 중 12.1%인 1121건만을 이전하는 데 그쳐 기술실용화율이 매우 낮았다. 이에 비해 미국은 28%,영국은 29%에 이르고 있어 대학 연구개발 방향의 대전환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박사급 인력의 80%가 모여있는 대학의 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전혀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게 국내 기술개발의 큰 문제점"이라며 "대학에서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지만 대학 교수 등 관계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출연연구소 가운데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수입이 3661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174억5300만원),한국전기연구원(142억8300만원),전자부품연구원(141억6000만원),한국화학연구원(128억6600만원)이 뒤를 이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미국 퀄컴사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CDMA 상용화 기술 로열티 수입이 42%를 차지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