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姓 문중 장학사업 도와주세요" ‥ 싸구려 족자 비싸게 팔아

희귀 성(姓)을 가진 사람들에게 마치 문중의 장학사업인 것처럼 속여 텔레마케팅을 통해 싸구려 족자를 최고 15배까지 비싸게 판매한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10일 이모씨(37)와 신모씨(61) 등 3명을 사기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또 다른 공범 유모씨(62)를 불구속 기소했다. 본업이 찜질방 운영이었던 이씨는 문중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희귀 성씨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99년부터 종친회 장학사업 등을 빙자해 족자 판매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먼저 '족자편찬위원회'라는 이름의 그럴듯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동업자와 텔레마케터 10여명을 끌어모았다. 곧바로 전화번호부 등을 통해 주로 시골에 사는 희귀 성씨 사람들을 범행 대상으로 정했다. 김·이·박 같은 흔한 성씨나 서울 사람들보다 이런 사람들이 문중 소속감이 강하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족자 판매대금은 장학사업이나 불우이웃돕기 같은 좋은 일에 쓰겠다'거나 '수가 얼마 되지도 않은 우리 문중에서 하는 일인데 잘 도와달라'는 말을 곁들이면 백발백중 넘어갔다. 이씨 등은 종친회장 명의의 가짜 인사장까지 보내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1만∼2만원짜리 족자를 7만∼15만원에 팔아 지난 5년 동안 벌어들인 돈이 7억1300여만원.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7900여명에 달한다. 공범 신씨가 다른 절도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다가 범행의 꼬리가 잡혔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