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을 찾는 변호사들] (4) 로앤비 대표이사 이해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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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한국전력공사 통합법무시스템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시스템 통합(SI) 업계를 놀라게 한 대이변이 일어났다. 한전의 자회사인 KDN(한전정보네트워크) 등 쟁쟁한 국내 SI 기업들을 제치고 로앤비(www.lawnb.com)라는 조그만 인터넷 기업이 법무 시스템 설계파트너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자산 규모 국내 1위의 초대형 기업인 한전은 안전사고 관련 소송 등 복잡하고 다양한 법률 업무 등을 처리할 곳을 물색하고 있었다.
규모에 걸맞은 유명 SI 기업이 프로젝트를 따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승자는 무명에 가까운 로앤비였다.
이를 놓고 로앤비 대표이사인 이해완 변호사(42·사진)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고 싶다"고 자평했다.
정보기술(IT)과 법률(Law) 두 분야에 모두 정통한 곳은 로앤비밖에 없다는 강점을 애초부터 확신했기 때문이다.
"법률 부문에 약한 경쟁 업체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킨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일반 SI 업체 관계자들에게 되레 법률 용어를 설명하느라 진이 빠진 한전 법무팀의 얼굴을 본 순간 '감'이 왔어요."
법률과 IT를 제대로만 융합시킨다면 중소 인터넷 법률 업체들도 통합법무시스템 시장을 노려볼 만하다는 예측이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통합법무시스템 시장은 그동안 SI 업체의 독무대로 여겨져 왔다.
이 변호사는 법률과 IT가 통합돼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신념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
판사로 재직하던 1980년대 말부터 법조인들의 전유물인 법의 장벽을 낮추는 유일한 해답은 IT밖에 없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때부터 IT 서적을 하나씩 독파하기 시작했다.
96년 현직 판사로는 처음으로 만들어낸 법률정보 제공 사이트 솔(www.sol-law.net)은 인터넷의 위력과 한계를 동시에 절감한 계기가 됐다. 그는 "단순한 개인 법률사이트만으로는 법 상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의 고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결국 이 변호사는 부장판사 진급을 1년여 앞둔 지난 2000년 '사고'를 치고 말았다.
'법률정보의 대중화'라는 모토를 내걸고 인터넷 법률 포털 업체 '로앤비'를 설립한 것.
그의 모험이 보상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립 3년째인 2003년 산업자원부로부터 신기술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데 이어 대법원 양형조정시스템과 전자거래분쟁 온라인자동상담시스템 등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따냈다.
이듬해부터는 법률정보화시스템 외에 법률과 IT를 하나로 묶어 사업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다. 기업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기업법무 교육 사업은 또 다른 '블루오션'이었다. 지식재산권과 각종 부동산 업무 등 분야별로 세분화한 이 강의는 현재 1500명이 넘는 기업 관계자들이 듣고 있다.
이제는 '제2의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이 변호사는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배가량 증가하는 등 일감이 폭주한 데다 지난 5월부터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시간 생활법률 자동상담 시스템(autolawyer.naver.com)'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제3의 블루오션인 이 서비스는 교통사고,임대차 소송,부동산 등 실생활에 가장 많이 필요한 11개 법률 분야를 엄선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쌍방향 법률 상담을 표방하고 있다. 이 변호사의 꿈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내년부터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글=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