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은 무법천지] '네티즌 실명제' 중장기 검토

'인터넷 게시판 문제'가 잇따르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는 우선 12일까지 다음과 야후 엠파스 NHN MSN 등 15개 포털을 대상으로 명예 훼손 등 사이버 폭력과 관련한 이용약관 운용 및 자율 규제 등에 대해 일제 점검을 벌인다. 정통부는 이번 점검에서 일부 포털들이 유해성 정보 삭제를 전화나 e메일 대신 직접 방문이나 우편 접수 등을 통해서만 가능토록 한 이유와 문제점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정통부는 인터넷 포털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 게시판의 익명성 때문이라고 판단해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중·장기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다. 라봉하 인터넷정책 과장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포털업체와 함께 익명성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연구반을 가동했다"며 "이달 말이나 9월 초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명제 도입이든 개선 방안이든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실명제가 개인정보 침해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 때문에 또 다른 논쟁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사생활 침해와 사이버 폭력을 막기 위해 도입하는 게시판 실명제가 개인정보 누출 등 다른 방향의 피해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피해의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 피해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것과 정부에 사이버 폭력물의 유통을 금지할 수 있는 '가처분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는 사안이어서 도입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불법 콘텐츠 유포에 대해선 그나마 최근 저작권법 개정으로 처벌이 강화됐지만 수십만 개의 댓글을 올려 여론을 조작하거나 인신 공격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선 마땅히 처벌할 조항도 없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통신 운영을 직접 방해했거나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한 명백한 범죄 혐의가 없으면 게시판에 오른 글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며 사실 무근의 말로 명예를 훼손한 경우는 범죄가 되지만 댓글을 다는 형태의 경우는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황만성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기존 법만으로는 게시판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법 체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파급력이 크고 속도가 빠른 인터넷의 속성을 감안해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초등학생부터 인터넷 교육을 강화해 철학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