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in 시네마] 연애의 목적 .. 붉은 톤과 푸른 톤으로 대비


박해일과 강혜정의 노골적인 대사연기로 화제가 되고 있는 멜로영화 '연애의 목적'은 주인공의 의상으로도 연애 심리를 재미있게 반영하고 있다.


미술교생인 최홍(강혜정 분)의 의상에는 기존 선생님들과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뭔가가 있다.
어느 정도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재킷,트렌치코트 스타일은 학교라는 공간과 익숙해 보인다.


그러나 세트 개념의 뻔한 정장이 아닌 적당히 자유로운 세퍼레이트 수트이다.


홍의 의상을 대표하는 색상은 그 이름처럼 '빨강'이다.
정열적이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지만 큰 상처를 안고 있는 그녀의 성격을 보여주기 적합하다.


이것은 학교라는 공간에 잘 융화되지 못하는 홍의 심리를 반영하기도 한다.


또한 극 후반부로 갈수록 붉은 톤이 많아지는 것은 홍의 내면에 일어난 변화상을 보여준다.
그녀는 과거의 상처로 닫혀 있던 마음을 점차 열고 사랑하게 된다.


이유림(박해일 분)은 고교 선생이지만 너무도 뻔뻔스럽게 여자에게 치근덕거린다.


그를 나타내는 의상은 짙은 감색 위주의 정장,엷은 블루톤의 셔츠,평범한 넥타이 등 얼핏 보기에 평범하면서도 단정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약간의 흐트러짐을 발견할 수 있다.


양복 재킷에 항상 틀어넣은 담배와 휴대폰,끝까지 올려 매지 않은 넥타이,정장에 무심하게 멘 배낭…. 자신의 정장을 거추장스러워하는 느낌이 든다.


마치 학교라는 공간이 그에게 그렇듯이.


홍과 유림은 이렇듯 붉은 톤과 푸른 톤의 색감 대비로 서로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평범한 듯 어긋나 있는 그들의 스타일은 이들의 언어만큼이나 기존의 틀에서 보면 '벗어났다'.여기에 이 커플이 갖고 있는 충돌과 융화의 묘미가 있다.


유미하(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