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8) '자운영' 대표 겸 디자이너 김현수씨

"남자가 만든 생리대라고 하니까 여자 소비자들이 더 좋아하던데요." 대다수 남자들은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걸리는 '마법'(월경)에 대해 무관심하다. 하지만 천 생리대를 개발,특허를 받은 후 직접 판매하는 벤처기업 자운영의 김현수 대표(37)만은 예외다. 그는 부드러운 천을 이용해 빨아 쓸 수 있는 생리대를 만들어 사업 시작 1년 만에 옥션 GS홈쇼핑 CJ홈쇼핑 롯데닷컴 등 10여개 메이저 인터넷쇼핑몰에 납품하고 있다. 개당 최고 1만5000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하루 평균 1000개 이상 팔린다. 김 대표는 이랜드 LG홈쇼핑 롯데백화점에서 여성 캐주얼 바이어로 10년간 일했다. 여성과 관련된 상품만 다루다 보니 오히려 남자 물건을 제대로 고르지 못할 정도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 시작한 사업이 여성용 속옷. "속옷업체 중 일부가 황토,대나무 등 천연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디자인을 보강하면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계산했지요. 그런데 막상 이 분야에 진출하고 보니 너무 경쟁자가 많더군요. 정말 '레드오션'이었어요. 결국 속옷 사업을 정리하고 '금남의 영역'이라 할 생리대 쪽으로 아이템을 바꿨습니다." 지금은 특허도 인정받았고 단골고객도 많아졌지만 사업 초기에는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생리대를 직접 착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절감했다. "생리대를 팬티에 고정시키는 똑딱단추가 달린 끈이 있어요. 그런데 끈의 길이를 얼마로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대충 이 정도라고 생각하고 제품을 만들었는데 작은 팬티를 주로 입는 젊은 아가씨들은 '생리대가 팬티를 타고 돌아다닌다'는 불만을 제기하더군요. 서둘러 길이를 줄였더니 이번에는 큰 팬티를 즐겨입는 아주머니들의 불평이 쏟아졌어요. 아내와 함께 '최적의 끈 길이'를 찾기 위해 씨름하다 최근에야 해법을 찾았습니다." 고객 상담을 할 때도 남자이기 때문에 겪는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별도의 상담 여직원을 두기 힘들어 제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소비자들이 남자에게 생리대 얘기를 하기가 어려웠나봐요. '여보세요'라는 말만 듣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 고객들이 부지기수였죠.결국 인터넷에 소비자 게시판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글이 말보다는 덜 민망하잖아요." 김 대표가 판매하는 천 생리대는 총 40여종.쑥과 황토 대나무숯 꽃 등 4~5가지에 달하는 염료 중 어느 것을 쓰느냐와 어떤 무늬를 새겨 넣느냐에 따라 제품이 달라진다. 이중 화려한 꽃무늬 제품이 가장 잘 팔린다. 본능적으로 예쁜 것에 끌리는 여성 소비자 특유의 심리가 생리대를 살 때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내나 애인을 정말 사랑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의 건강까지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요. 센스 있는 남자들이 많아졌는지 천 생리대 10개 중 3개는 남성이 사고 있습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