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CEO겸 와인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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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즈니스에 빼놓을 수 없는 술이 있다면 단연 와인이다.
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서 와인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재계에 속속 '와인 고수(高手)'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와인 예찬론자는 단순히 와인을 즐기는 데 머물지 않고 전문가 이상의 실력으로 강의에 나서거나 전문서적을 출간하기도 한다.
대표적 기업인이 심재혁 한무개발(인터컨티넨탈호텔 운영) 사장과 오남수 금호아시아나 전략경영본부 사장.자타가 공인하는 '술의 대가'인 심재혁 사장은 요즘 와인에 심취해 있다.
호텔 사장이니 그러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선 그의 와인 지식이 이미 웬만한 소믈리에(와인감별사)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요즘도 프랑스 등지에서 열리는 '와인 엑스포'나 세미나에 참석해 꾸준히 전문지식을 쌓고 있다.
심 사장은 와인뿐 아니라 위스키 고량주 등 동서고금을 막론한 대부분 술을 섭렵했다.
최근 삼성에버랜드의 전 임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펼치는 등 특유의 술 강의에 나선 것도 수십 차례에 이른다.
작년 이맘 때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 세미나에 '세계 음주문화의 이해와 체험'이란 주제로 공식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심 사장은 강의할 때 세계 각국의 술 100여병을 가져가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남수 사장은 와인에만 심취한 케이스.최근엔 와인의 매력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Another Wine,Another Taste'라는 제목의 40쪽짜리 포켓용 와인 가이드북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와인의 종류와 산지,포도의 종류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경험에 비춰 어떤 와인이 어떤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지에 대한 메모도 곁들였다.
오 사장이 와인에 심취하기 시작한 때는 금호타이어에서 런던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88년.외국인들과 교제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와인을 모르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책을 보고 공부하면서 실제로 마셔도 보는 일을 반복하며 와인에 빠져들었다는 것.
오 사장은 "산지 품종 생산연도 수확시기 숙성기간 등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와인은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꼭 골프와 같다"면서 "작은 책이지만 주변의 와인 초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포켓북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집에서는 물론 회식 자리에서도 늘 와인을 즐기는 오 사장은 크고 작은 모임에 초청받아 와인 예찬론을 펼치기도 한다.
글=류시훈·오상헌 기자
사진=허문찬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