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조용한 주가 1000시대

주가가 지난주 10년 만의 최고치(1061.93)를 기록하며 지수 네 자리 시대의 안착을 예고했지만 증시 주변은 의외로 조용한 편이다. 신규 계좌도 별로 늘지 않았고,증권사 객장도 떠들썩하지 않다는 게 증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주변에서 주식을 화제로 삼는 경우도 별로 없는 듯하다. 화제의 대상에서 완전히 비껴나 있는 느낌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일반인들의 주식투자 패턴이 최근 들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크게 바뀌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만 5조원의 자금이 몰린 데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증시는 이제 본격적인 간접투자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들이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일이 적어졌다. 긍정적인 현상이다. 두 번째로는 과거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주식투자를 해서 돈 번 사람은 없고,손해 본 사람만 있다는 게 일반인들의 인식이다. 주식에 대한 뼈아픈 기억들이 많다보니 활황세가 펼쳐지더라도 방관하는 쪽이 많다. 이번 상승장에서 개인들이 15일 연속 1조원 이상의 순매도로 일관해 외국인들의 연속 순매수와 대조를 보인 게 이를 대변한다. 만약 연말까지 대세상승이 이어져 큰 장이 선다면 개인들만 또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부동산에서 찾아야 될 것 같다.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만한 게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상태에서 주식시장이 아무리 호황을 보여도 아직은 관심영역 밖의 일인 것이다. 강남아파트 등 일부 부동산시장의 엄청난 수익률에 비하면 주가상승률은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주가 1000시대가 열렸어도 큰손들의 자금이 증시로 들어오지 않고 있고,단기 부동자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점에서 8월 중에 나올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앞으로 주가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체질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해져 올해 안에 사상 최고치인 종합주가지수 1138을 돌파할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기관의 영향력이 커져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기업들의 수익구조가 크게 좋아졌다는 점을 우선 꼽는다. 여기에 △저금리시대의 풍부한 유동성 △하반기 세계경제 및 국내경기의 회복 △미국 증시의 호황 △연말 퇴직연금시장의 도입 등 증시 주변의 여건이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라고 지적한다. 증시가 호황일 때 악재는 안 보이고 호재만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돌출변수가 없는 한 악재보다는 호재가 우세한 상황임이 분명한 것 같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과거 근로자증권저축과 같은 서민층의 재산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조치들을 강구해 증시가 재산증식의 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 될 것이다. 최완수 증권부장 cws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