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블루오션 제대로 항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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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輝 昌
최근 필자가 잘 알고 있는 중견기업의 한 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최고경영자가 새로운 시장인 '블루오션'을 찾아내라고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요즈음 한국사회 각 분야에서는 '블루오션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블루오션 전략 역시 잘 알고 실행하면 득이 되지만 섣부른 맹신은 해가 될 수도 있다.
첫째,블루오션 전략가는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지 말고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시장을 찾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과연 그것이 모든 기업,모든 조직에서 가능할까. 사업가는 제한된 자원과 능력으로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사업에 충실하는 것과 새로운 사업 창출에 몰두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유리할 것인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과연 블루오션 전략가들이 제시하는 특수한 성공사례들을 누구나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인가.
둘째,블루오션 전략가는 또한 경쟁우위의 두 원천인 비용절감과 차별화 중 하나만 택할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라고 주장한다. 이것도 역시 얼마나 가능한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현실세계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은 실제로 비용절감과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한 경우는 거의 없고 두 전략을 순차적으로 실행해 왔다. 예를 들어 도요타 자동차는 처음에는 비용절감 전략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를 충분히 성취한 후에야 차별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렉서스 등을 출시하게 된다. 삼성전자도 국제시장에서 처음에는 비용절감 전략에 중점을 두어 성공한 후 차별화 전략으로 바꾼 것이다.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양면전을 펼치는 것은 전쟁에서나 기업경영에서나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이렇게 하면 자원과 노력이 분산되어 더욱 중요한 분야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절감과 차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것이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이를 동시에 달성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이미 블루오션 전략 이전의 전통적 경영전략 문헌에 있는 내용이다.
블루오션 전략을 기존의 전략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고 기존의 경영전략 문헌을 모두 폐기 처리하려는 시각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블루오션 전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마이클 포터 교수의 경쟁론을 잘못 평가한다면 경영전략을 제대로 공부한 학자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기존 문헌에서 경쟁전략의 핵심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경쟁을 피해서 이기는 것,두 가지를 모두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이 중에서 특히 두 번째 경우를 주장하는 것으로서 이 자체만으로는 새로운 것이 없다.
그렇다면 블루오션 전략의 유용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조건 레드오션을 버리고 블루오션을 찾으라는 것이 아니라 블루오션을 찾는 기업에 몇 가지 유용한 기법들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실세계에서는 레드오션이 훨씬 크고 또한 대부분의 기업은 레드오션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다만 블루오션 전략을 선택한 기업은 전략 캔버스,공정한 전략실행 절차 등의 블루오션 기법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모든 기업들이 기존 시장을 버리고 새로운 블루오션 전략 창출에만 몰두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 중 얼마나 성공할 것인가. 기업가에게는 레드오션과 블루오션 둘 다 중요하다. 무조건 블루오션으로 나가기보다는 레드오션을 지키면서 블루오션으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블루오션 전략의 허와 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해야 기업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