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신연, 고효율 '휘는 태양전지' 개발


옷 모자 가방 휴대폰 자동차유리 등에 부착해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휘는(flexible) 태양전지'가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일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휘는 태양전지를 4년간의 연구 끝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태양전지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에 비해 전기 생산능력(효율)이 2배 이상 높고 두께는 0.4mm에 불과하다.


ETRI는 이 기술을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에서 특허 출원했으며 상용화를 위해 올해 안에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ETRI가 선보인 휘는 태양전지는 휴대폰은 물론 차세대 '입는(웨어러블)PC' 등에서 기기 작동에 필요한 전원을 자체 충전하는 데 폭넓게 쓰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이고 휴대폰 업체들이 상용화 기술 이전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입는PC와 손목시계 등의 전원을 옷 가방 모자 등에 부착한 휘는 태양전지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태양전지는 전기를 만들어낼 뿐 열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옷 가방 등을 태양전지로 만들 수 있다.
휘는 태양전지에 색상을 입히면 자동차 유리창에 코팅해 에너지를 생산할 수도 있는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ETRI측은 설명했다.


생산 비용도 저렴하다.


ETRI에 따르면 태양전지로 가장 많이 쓰이는 딱딱한 실리콘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의 5분 1 수준이면 휘는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에너지 변환효율은 경쟁국 제품에 비해 월등히 높다.


ETRI는 일본에서 개발된 태양전지의 변환효율이 4.1~4.2%인 데 비해 ETRI 개발품의 변환효율은 4.8%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ETRI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주 소재로 유리나 플라스틱을 고집하지 않고 앞면과 뒷면에 각각 스테인리스스틸과 플라스틱을 사용했으며 특수염료와 전해액을 중간에 넣어 고착시켰다.


이를 통해 구부릴 수 있게 했고 에너지 변환효율을 높였다.


ETRI는 저비용 고효율 태양전지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0년께 1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은 딱딱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시장성이 없지만 입는PC가 상용화되고 휴대폰이 더 진화하면 휘는 태양전지의 효용은 매우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휘는 태양전지 개발을 주도한 류광선 개발팀장은 "휴대폰 가격 중 10% 이상의 원가를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에 보다 발달된 휘는 전지 기술이 적용될 경우 파급효과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