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실력이 곧 '골프장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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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주(owner)를 보면 그 골프장의 난이도를 알 수 있다.'
골프코스를 개조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개조의 목적은 이미지를 쇄신하거나 회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등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골프장 소유주가 골프를 잘치면 코스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최근 코스를 개조했거나 개조 중인 골프장은 남서울 리베라 블루헤런 자유 한일CC 등이다.
남서울CC의 경우 지난해 2월 코스개조를 마쳤다.
곳곳에 턱 높은 벙커를 만들고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을 뒤로 빼는 등 예전 모습과는 판이해졌다.
남서울CC 소유주(총 5명)의 한명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59)은 지난 74년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정도로 아마추어골프계에서 알아주는 '실력파 골퍼'다.
허 회장은 지금도 이븐파 언저리를 친다.
블루헤런CC의 박문덕 회장(55·하이트맥주 회장)도 핸디캡 2∼3의 클럽챔피언급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한솔이 운영하던 클럽700CC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데 이어 지난 5월까지 코스도 전면 개·보수했다.
나무를 심어 페어웨이를 좁힌 데다 워터해저드와 그린위치를 바꿈으로써 난도를 크게 높였다.
36홀 규모의 한일CC는 27홀의 개·보수 작업을 마친 데 이어 마지막으로 '서(西) 아웃코스'를 손질하고 있다.
오는 9월1일에는 전면 개조된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 골프장의 조남호 회장(54·한진중공업 회장)은 핸디캡 10으로 드라이버샷 거리가 250야드를 웃도는 장타자다.
이 골프장 동코스 10번홀은 국내 골프장 중 가장 긴 파3홀인데 조 회장은 챔피언티(길이 246야드의 오르막)에서 드라이버로 원온을 시킨다고 한다.
리베라CC(옛 관악)의 박순석 회장은 스코어는 80대 중반이고,드라이버샷 거리는 210∼220야드 나가지만 61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손색 없는 기량이다.
36홀 규모의 이 골프장 역시 박 회장이 인수한 뒤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코스를 도전적 코스로 전면 개조했다.
자유CC를 운영 중인 이명희 회장(62)도 여성으로는 보기 드문 80대 초반의 실력을 자랑한다.
대회를 앞두고 최근 일부 홀의 티잉그라운드를 뒤로 뺀 아시아나CC의 박삼구 회장(60)도 70대 중반 스코어를 내는 '로 핸디캐퍼'다.
한편 골프를 잘치는 오너가 운영하는 골프장들은 건설단계에서부터 코스를 어렵게 세팅하는 공통점이 있다.
나인브릿지(회장 이재현), 우정힐스(회장 이웅열),파인크리크(회장 현재현)CC가 대표적이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49)은 재계인사 중 골프를 가장 잘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고,이재현 CJ그룹 회장(45)도 '싱글' 실력을 지니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