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7] 두산그룹 ‘형제의 난’

앵커> 우리나라 그룹 사상 초유의 일이 어제 벌어졌습니다. 현직 그룹 회장을 그룹이 퇴출시켰는데요. 바로 형제간의 우애가 깊기로 유명했던 두산그룹입니다. 두산그룹은 어제 박용오 회장을 퇴출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용오 회장은 이는 부당하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나누겠습니다. 박성태 기자입니다. 박 기자, 먼저 어제 두산그룹의 박용오 회장 퇴출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기자-1> 네. 21일 오후 두산그룹은 갑자기 박용오 회장을 퇴출시킨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박용오 회장이 지난 18일 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된 그룹 회장직의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이양에 불만을 품고 모럴 해저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임직원에게 모럴 해저드가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퇴출시킨다는 원칙에 따라 박용오 회장의 퇴출을 단행할 계획이다"고 밝혔습니다. 두산측은 또 박용오 회장이 검찰에 투서를 제출하는 등 그룹을 비방하고 있고 말도 되지 않는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두산의 발표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현직 그룹회장에 대한 퇴출을 사뭇 강경한 어조로 담고 있었습니다. 이에 앞서 박용오 회장의 한 측근은 21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의 비리 내용을 담은 투서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앵커-2> 당시에는 형제간의 경영권 승계가 모양이 좋다고들 했는데요. 사실은 그게 아니었군요. 박용오 회장이 어제 저녁 바로 두산측 발표에 반발을 했죠? 기자-2> 그렇습니다. 두산측의 발표가 있자 박용오 회장은 자신이 총재로 있는 도곡동 KBO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산그룹의 회장직 이양이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박용오 회장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INT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 본인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국민 여러분과 두산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금번 박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 원천 무효임을 선언하면서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은 그동안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사적으로 유용하고 해외에 밀반출을 해왔던 것이 최근 본인에게 적발되자 본인을 일방적으로 명예회장으로 발표하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을 해왔습니다.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이미지답게 그동안 깨끗하고 정의롭게 기업을 운영해온 것을 자랑으로 여겨왔는데 박용성, 박용만 두 형제가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고도 반성을 하기는커녕 형을 회장직에서 축출하고 모함하는 등의 작태를 연출하였음을 국민여러분께 밝히고자 합니다. 금일 두산그룹의 직원이 두 사람에 대한 비리를 관계당국에 고발하자 이들은 본인이 그룹을 비방하는 투서를 제출하였다, 두산산업개발 계열분리를 요구해왔다는 둥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회사가 부실화되는 것을 볼수 없어 우량기업인 두산산업개발만이라도 독자경영을 건의했을뿐임을 이자리에서 밝히며 이 모든 사실을 관계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백한 진실을 밝힐 것을 간곡히 당부드리며 이를 계기로 그룹이 새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국민여러분께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앵커-3> 검찰에 투서한 내용이 관심인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3> 네. 박용오 회장측이 제출한 투서는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그간 1천7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8백억원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내용입니다. 박용오 회장측은 박용성 회장이 지난 20년간 그룹내 사업장에서 생맥주집을 열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착복했으며 박용만 부회장은 건물 관리업체 등을 통해 역시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왔다는 내용입니다. 두산측은 이에 대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없다”며 “터무니 없는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박용오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진위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회장 일가에서 터져나온 비리 폭로로 두산그룹이 앞으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앵커-4> 두산그룹의 형제경영은 유명했는데요. 이번 일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어떤 것입니까? 기자-4> 네. 오는 8월이면 창업 109년을 맡는 두산그룹은 고 박승직 씨가 창업을 하고 고 박두병 회장이 물려받았습니다. 3대가 바로 현 박용곤 명예회장이고요. 박용곤 명예회장은 지난 96년 첫째 동생인 현 박용오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줬습니다. 그리고 지난 18일 다시 그룹 회장직을 셋째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게 이양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박용성 회장 중심의 두산그룹측은 형제간의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던 두산그룹에서 연초부터 박용오 회장의 회장직 이양을 추진해왔는데 그동안 박용오 회장측이 여기에 반발해오며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산업개발을 분리해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급기야 지난 17일밤 긴급 가족 회의에서 박용오 회장의 회장직 이양을 결정하자 박용오 회장이 여기에 반발해 검찰에 투서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용오 회장 측은 “박용성, 박용만 두 형제의 비리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하려 하자 두 형제가 박용곤 명예회장을 사주해 자신을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5> 앞으로가 문제인데요. 형제간의 난이 지분율 싸움으로 벌어질 가능성도 있나요? 기자-5> 아직은 박용오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이지만 힘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실제 그룹의 실무를 박용만 부회장이 계속 맡아왔기 때문에 실제 주력 계열사에서 박용오 회장 라인이 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사실 어제 오후 나온 보도자료의 어조를 봐도 박용오 회장의 그룹내 위상을 알 수 있고 박용오 회장이 어제 저녁 긴급 기자간담회를 두산이 아닌 KBO에서 연 것도 현재 그룹 장악은 박용성 회장측에 넘어갔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박용오 회장측이 ‘검찰 투서’라는 마지막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박용오 회장이 아직은 그룹의 주축인 두산과 두산산업개발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두산측은 빠른 시일내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용오 회장과 박용성 회장 측의 경영권 분쟁은 지분 싸움까지 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용오 회장은 두산의 지분이 1.8%에 그쳐 두산가 형제중에서도 지분율이 가장 낮고 또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산업개발 지분도 0.7% 그쳐 지분으로는 거의 힘을 낼 수 없는 실정입니다. 또 두산그룹의 경우 형제들이 지분을 거의 고루게 나누어 갖고 있어 이번 일로 그룹이 분리되기도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문제는 박용오 회장측이 검찰에 투서한 두 회장, 부회장의 비리 내용인데요.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두산그룹과 또 두 오너 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박용성 회장의 경우 대한상의 회장과 IOC 위원을 맡고 있는데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부나 노조측에 강경한 발언을 유지해와 어떤 결과가 나올 지도 관심입니다. 만일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이번 조사로 타격을 입게 된다면 최근 십년간의 구조조정을 끝내고 이제 ‘중공업 중심의 그룹’으로의 도약을 꾀하던 두산그룹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습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