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버릴줄 아는 지혜‥박영준 <코리아리서치 회장>

박영준 바둑에는 사석(捨石) 작전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앞으로의 효용가치가 적거나 아예 없을 돌(廢石)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거나 다른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사석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버리는 돌이 적어도 다른 이들에게는 아직 가치가 있어 보여야 한다. 바둑의 고수들은 어떤 돌이 앞으로 더 큰 가치를 가질 것이고,어떤 돌이 가치가 없을 것인가를 정확히 판단한다. 또 고수들은 미래가치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돌을 과감히 버릴 줄 알며 그냥 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버린 대가를 얻는다. 이와 달리 하수들은 미래가치가 없어 버려야 할 돌(廢石)과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돌(要石)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대개는 미래가치를 가름하기보다 현재 살아 있는 자신의 돌을 버리는 것이 아까워 모두 살리려고만 한다. 미래가치가 없는 몇 개의 돌을 아까워하다 종국에는 대마(大馬)를 죽이고 판을 그르쳐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게 바로 하수들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미래가치가 떨어지는 사업 분야가 있고,당장은 큰 수익을 못 내지만 반드시 살려야 할,또는 시작해야 할 사업이 있다. 이론적으로 뛰어난 경영 컨설턴트들에게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구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자신이 오랫동안 노력해서 이뤘고,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을 스스로 폐석(廢石)으로 결정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는 경영자로서의 통찰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통찰력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진정한 경영의 지혜는 버려야 할 사업을 버리는 데서 발휘된다. 고수들은 그냥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아까운 사업을 과감히 버리면서 사석작전을 펴 종국에는 더 큰 사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가치가 적은 것을 붙들고 있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이 보통사람이라면 앞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지혜를 갖는 것이 뛰어난 경영자의 자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