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픈 과학도 사랑하면 보입니다"..권오길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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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과학'이라고 하면 우선 '머리 아프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글'에 대해선 더 그렇지요.
그래서 원숭이도 읽을 수 있을만큼 쉽게 생물학을 설명해보자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네요."
강원대 생물학과 권오길 교수(65)가 패류채집 여행기 '달과 팽이'(지성사,1만2000원)를 펴냈다.
한 출판사에서만 펴낸 9권째 생물 에세이집.
그는 생물들의 삶과 애환,공생의 지혜 등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생물과 자연의 세계를 대중들에게 쉬운 글로 알려왔다.
"내가 공부하고 체험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쓰니까 '글이 솔직하다'며 좋아하더군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저는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고 해요.
사랑하면 그 대상이 내게 다가오고,느낌을 주거든요."
패류 분류학,그중에서도 달팽이만 연구해온 권 교수가 대중적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
서울사대부고 교사 시절 제자인 지성사 이원중 대표의 요청으로 '꿈꾸는 달팽이'(1994)를 낸 것이 계기다.
이후 그가 쓴 생물학 대중서는 모두 12권.
덕분에 '닥터 스네일(달팽이 박사)'이라는 별명 외에 '과학 전도사''자연과학계의 유홍준'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고,'생물의 다살이'에 실렸던 글은 '사람과 소나무'라는 제목으로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글감이요? 20년 이상의 채집 여행이 다 글감이지요.
200여평의 밭농사를 지으면서 글감을 찾기도 하고 신문기사와 '내셔널 지오그래픽'같은 외국 잡지,전공과 관련된 외국 저널 등을 읽고 소화해 글을 쓰기도 해요."
보다 쉽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도 본받을 만하다.
최적의 단어를 찾기 위해 뒤졌던 '이희승 국어대사전'이 너덜너덜해 졌을 정도다.
책과 신문;잡지 등을 읽다가 좋은 글이 눈에 띄면 따로 챙겨두는 것은 필수다.
출판사에선 다음달 말 정년 퇴임하는 권 교수를 위해 지금까지 나온 생물 에세이집 9권을 전집(10만8000원)으로 묶었다.
하지만 정년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흘릴 피와 땀이 남아 있는 한 계속 써야죠."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