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대학연구활동 위축시켜선 안된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잇따라 연구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일이 발생,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전에 다른 대학에서도 유사한 연구비 비리(非理) 사건들이 적발된 적이 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당사자들이 촉망받거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사들이어서 특히 그 충격이 더한 것 같다. 검찰은 이런 사례가 일부 교수들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으로 있어 대학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연구비 횡령은 분명 잘못된 행위다. 특히 정부 연구비는 국민 세금이란 점에서 국민들의 실망 또한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당 교수들은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마땅하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일로 자칫 대학의 연구활동이 위축(萎縮)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대학에 대한 연구비 투자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등 대학의 국가경제적 역할을 강화하자고 하는 상황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에 힘을 쏟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이번 사건은 특정 대학, 특정 교수의 문제라고만 하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연구관리시스템 전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대학은 자체내 연구관리 기능을 대폭 확충하고, 정부의 각종 평가기관 차원에서는 평가의 공정성과 연구비 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노력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이 처한 열악한 연구환경이라든지 연구개발의 속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각종 경직적인 규제나 규정들이 오히려 이런 비리의 근원(根源)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연구비를 전부 소진하지 않으면 무조건 회수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계획보다 적은 연구비로 성과를 냈다면 남은 연구비를 인센티브 등 다른 명목으로 활용하도록 해주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안일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일로 대다수 교수들이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당하는 그런 분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칫 연구를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심리가 교수들 사이에 확산되면 대학의 연구활동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리되면 득(得)보다 실(失)이 휠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