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증시, 美ㆍ日 호황기와 닮았네

주가가 10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최근 국내 증시의 흐름이 1980년대 일본과 1990년대 미국 증시의 장기호황 국면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증권선물거래소가 내놓은 '한·미·일의 지수상승기와 최근 증시현황 분석'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대세상승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최근까지 109%가 올랐다. 일본은 지난 80년대(80년 1월~89년 12월) 지수가 494%나 치솟았고 미국 증시는 90년대(90년 1월~99년 12월) 309%나 급등했다. 거래소는 현재의 한국 증시 환경이 증시 활황기의 일본 미국과 비교해 △3~5%대 경제성장 △저금리 기조 △간접투자 증가 △베이붐 세대의 경제주역 등장 등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수출 증가로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3~5%대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이에 따라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은 공급측면의 생산성 증가로 '신경제'로 불리는 경기호황을 구가했다. 또 3국 모두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80년 7.5%에서 89년 3.38%로 낮아졌으며 미국 연방금리도 89년 7.5%였으나 99년 5.50%까지 떨어졌다. 한국 콜금리는 2001년 5.25%에서 2004년 이후 3.25%로 낮아졌다. 지수상승기가 간접투자 문화가 정착되는 때와 시기를 같이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3국 모두 인구고령화로 노후생활에 대비한 금융자산 수요가 증대되면서 투자패턴이 은행예금에서 주식으로 변화를 보였다. 그 결과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늘어난 반면 개인의 직접투자 비중은 감소했다. 차이점도 있다. 일본은 금융회사와 투자신탁,미국은 연기금과 뮤추얼펀드 등 기관투자가가 주요 매수주체였던 반면 한국은 외국인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은 간접투자 확대 등 선진 투자문화 정착으로 증시 상승 흐름이 이어졌지만 일본은 이에 실패,90년대 이후 증시 폭락의 한 원인이 됐다"며 "국내 증시가 상승 기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간접투자 활성화와 기관투자가 육성으로 장기적인 수요기반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