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느리지만 '회복 신호' .. 2분기 GDP 3.3%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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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분기 성장률 3.3%(전년동기대비)는 수치만 놓고 보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경기의 최근 흐름을 반영하는 전분기대비 성장률이 1.2%로 1분기(0.4%)와 비교할 때 세배나 높아진 점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특히 민간소비가 3분기 연속 증가폭을 확대한데다 그간 성장률을 갉아먹던 건설투자도 3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향후 경기회복에 청신호로 평가된다.
최근 증시가 활황세를 이어가고 시장금리가 이날 일제히 급등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소비·건설투자 호조
상반기 평균 성장률 3.0%(1분기 2.7%,2분기 3.3%)는 지난해 상반기(5.4%)와 비교하면 2.4%포인트 하락한 것이고 연간 성장률이 3.1%에 그쳤던 2003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이 5%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기본 실력'에 못 미치는 저성장을 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전기 대비 성장률이 1.2%로 크게 확대되면서 6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전기 대비 성장률은 연율로 4.9%에 이른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2분기 성장을 이끈 것은 내수 부문 호조였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2.7%로 전분기(1.4%)보다 두 배가량 확대된 데다 건설 투자도 전분기 2.9% 감소에서 1.8% 증가로 반전하는 등 한결 개선된 성적표를 냈다.
이에 따라 내수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전분기 34.6%에서 2분기에는 84.5%로 상승,같은 기간 중 145.4%에서 81.5%로 둔화한 수출의 성장 기여율을 앞질렀다.
◆금융시장도 경기회복 '시그널'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도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1090.60을 기록,10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근 한 달간 1000선을 지키며 1100선까지 넘보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주가 상승은 '자산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해당 분기의 민간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 민간소비 회복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 금리(국고채 3년물 수익률)는 이날 0.11%포인트 급등했다. 한은 채권시장팀 관계자는 "시장 참가자들이 2분기 성장률 자체보다는 내수 회복세에 주목하는 것 같다"며 "하반기 들어 내수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날 경우 콜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세 강하진 않을 듯
김병화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하반기 중 4.5% 성장해 연간 3.8% 성장한다는 한은의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며 '하반기 경기회복론'을 재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올 상반기 성장률 하락의 주범이었던 고유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다 환율 불안도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직결되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2분기 들어 2.8%로 1분기(3.1%)보다 소폭 낮아진 점과 수출 증가율이 6.1%로 2002년 1분기(1.4%)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경기 회복에 부담 요인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