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새로운 행정체계 선택한 제주도

제주도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기초단체인 시ㆍ군을 폐지하고 제주도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만드는 행정체계 혁신안을 선택했다. 제주도민들의 이번 선택은 앞으로 제주도의 발전은 물론이고 전국적 차원에서의 행정구역 개편(改編)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먼저 제주도는 이번 행정체계 개편으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7월부터 단일계층 행정구조가 시행되면 그동안 중층적 행정구조로 인해 초래돼 왔던 각종 행정의 비효율성(非效率性)이라든지 낭비요인이 상당수 제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의사결정이 보다 빨라지면 광역차원의 각종 사업들도 그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제주를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적 관광메카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의 이번 실험이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바람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제주도의 이번 결정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자발적인 통합 움직임을 자극하고, 동시에 전국적 차원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제주도의 특수성이 새로운 행정체계 선택을 가능하게 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행정의 비효율성과 낭비요인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동안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여러가지 정치적 이해관계로 미뤄져왔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오는 2010년을 목표로 전국 16개 광역단체와 234개 기초단체를 인구 30만~100만명 규모의 50~70개 광역단체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야 모두 제주도의 이번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여야간 특위 구성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선거구 조정,기초단체와 의회의 반발 등 적지않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같은 중층적 행정구조로 인해 야기(惹起)돼 왔던 갖가지 폐해를 생각해 보면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