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聯政과 戀情 사이

"연정(戀情)에 불과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28일에 이어 29일에도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大聯政)'을 제안하자 야당은 "생뚱맞은 연애편지를 보낸 것과 같다"는 반응이다. 노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 열린우리당은 '진정성'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야당의 대응은 싸늘하다 못해 비아냥에 가까웠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고 당내에서마저 논란이 일자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몇 차례의 '편지'형식에서 벗어나 국민과 야당 설득전에 직접 나선 것이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지역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고뇌의 발로''선진 정치시스템을 앞당기는 기폭제'등의 발언으로 노 대통령을 거들었다. 그러나 야당이 보인 반응은 거센 비난 뿐이다. '위헌적 정치 놀음''황당하다''어이없다' 정도는 점잖은 표현이다. 야당은 '스토커' 등 원색적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노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야당은 연정 제의를 이루어질 수 없는 '연정(戀情)''짝사랑'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한살림을 하자고 제의했다가 퇴짜 맞으니까 박근혜 대표의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지며 연애편지 한번 읽어달라고 통사정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유 대변인은 이런 상황을 "스토커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은 이처럼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예 무시하며 연정 제의를 한낱 '연애 놀음'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숫자부족을 탓하며 연정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국가 장래와 국민 안위를 생각하는 애틋한 연정(戀情)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연정에 대한 '집념'과 '일축'하는 야당의 태도를 감안하면 양측의 밀고 당기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공방이 이어질 경우 다른 시급한 민생현안이 묻히면서 자칫 올해 정기국회의 부실 운영마저 우려된다. '연정(聯政)'과 '연정(戀情)'이라는 두 단어의 다른 뜻 만큼이나 벌어진 노 대통령과 야당의 간극.이 인식차는 과연 극복될 수 있을까.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