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테이프 274개 발견‥정ㆍ재계 메가톤급 파장 불가피

옛 안기부가 불법 도청한 자료로 추정되는 녹음 테이프 274개와 녹취록 13권이 새로 발견돼 '안기부 X파일'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안기부가 불법 도청한 물증이 실제로 드러난 데다 도청테이프에 담긴 내용이 흘러나올 경우 그 파괴력이 '핵폭탄급'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청테이프를 국정원에 반납했다고 한 옛 안기부 특수도청팀 '미림'의 팀장인 공운영씨의 말이 허위로 판명남에 따라 제3의 인물이 도청테이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도청테이프 더 있을 수도 검찰이 공씨 집에서 압수한 녹음테이프는 무려 274개.개당 120분씩 녹음돼 있다. 녹취록도 권당 200~300쪽에 이른다. 공씨는 지난 26일 테이프를 1999년 국정원에 모두 반납했으며 추가로 유출된 테이프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씨의 이 같은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또 다른 도청테이프가 제3의 장소에 보관 중이거나 제3의 인물에게 넘어갔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낙마시킨 X파일이 녹음테이프 한 개와 A4 용지 10여장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발견된 자료는 실로 엄청난 양이다. 즉 조작 여부가 불투명한 도청테이프 내용이 공개될 경우 나라 전체가 혼돈에 빠질 수도 있다. 공씨는 "당시 미림팀은 정·재계 인사는 물론 언론사 임원들도 도청했다"며 "내가 입을 열면 안 다칠 언론사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어 추가로 발견된 도청테이프에 정국을 강타할 만한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도 테이프에 담긴 내용이 정치권 재계 언론계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보안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편 공씨가 테이프를 제3의 인물에게 전달했는지를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X파일 내용을 수사 목적상 분석이 불가피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절대 공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도청테이프 내용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불투명하다. ◆불법도청이 수사 초점 검찰은 우선 X파일 공개와 관련된 자신의 심경을 글로 쓴 뒤 자해소동을 벌여 현재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공씨를 대상으로 테이프와 녹취록 제작 및 보관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공씨가 국정원에 자진 반납한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의 도청테이프를 보관한 사실에 비춰 이들 자료를 다른 곳으로 유출했는지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이건모 전 안기부 감찰실장은 공씨가 가지고 있던 도청테이프 200여개와 두 박스 분량의 녹취록을 회수해 소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유출된 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테이프 규모는 종잡을 수 없게 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 미림팀이 제작한 테이프가 총 8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씨 집에서 압수한 테이프가 국정원에 반납한 테이프의 복사본인지,500여개의 테이프를 가지고 나와 그 일부만 반납한 것인지도 현재로서는 불분명한 상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