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美부동산 구입 돈될까?

서울 강남의 집값은 절대 수준만 보면 더 이상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터무니없이 높다. 그런 '합리적' 판단이 최근 2~3년간 계속 빗나갔지만 여전히 비이성적으로 치솟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미국 집값 동향도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중앙은행이 회의만 하면 금리를 올려도 집값 상승세는 꺾일줄 모른다. 한마디 한마디에 월가가 휘청거릴 정도로 영향력이 큰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거품'이란 말까지 했지만 주택 시장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지난 6월 기존 주택판매가 연율 기준으로 733만채로 역대 최고치였고 거래된 주택의 중간 값 역시 최고 수준인 21만9000달러였다. 1년 전보다 14.7%나 올랐다. 최근 4∼5년 새 배 가까이 오른 곳도 적지 않다. 경제적 영향으로 치면 집값 폭락의 충격이 2000년대 초 경험했던 주가 폭락의 파급효과보다 작다고 하니 이방인으로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샌프란스시코 연방은행총재인 자넷 옐렌도 집값이 25% 떨어질 경우 가계 자산이 4조5000억달러 날아가고 성장률이 1.5%포인트 떨어지지만 IT(정보기술) 거품 붕괴와 9ㆍ11테러로 인한 증시침체 때보다 타격이 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것은 한국에서 미국 부동산 취득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7월부터 외국에서 2년 이상 살면 50만달러 이내에서 주거용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강남 투기 수요를 해외로 분산시키고 미국 거주자의 현실적인 필요성까지 감안한다면 적절한 조치일수 있다. 최근 추세로만 보면 사기만 하면 돈도 벌 것 같은 분위기다. 문제는 어떤 재화든 가격이 끝없이 오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미국보다 집값 상승이 훨씬 빨랐던 영국이나 호주는 벌써 정체상태로 들어갔다. 미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국제화가 화두인 세상에서 세계 각국의 부동산을 사는 것도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곳 저곳에서 지나친 상승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을 때 부동산 취득 제한이 완화돼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