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10년] 홈쇼핑 "T커머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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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 이름은김삼순'을 빠짐없이 챙겨 보고 있는 주부 A씨.오늘 따라 방송을 보다 삼순이가 만들고 있는 '케이크'가 무척이나 먹고 싶어진다.
'재료는 뭐가 들어갔지? 어떻게 만들까?' 머리 속으로 고민을 하고 있을 찰나 화면 오른쪽 위에 '누르세요'라는 안내가 뜬다.
TV 리모컨으로 선택을 하자 케이크를 살 수 있는 제과점 리스트가 쭉 나오고,한 쪽에는 직접 만들 수 있는 재료 및 조리법 안내 창이 뜬다.
오늘은 만들기 귀찮으니까 그냥 완제품을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한 A씨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제과점을 클릭해 주문 버튼을 누른다.
결제는 신용카드나 휴대폰으로 바로 가능하고,30분 후에 케이크가 집으로 도착한다.
한편 이효리의 현란한 춤과 강렬한 음악으로 가득 찬 애니콜 광고를 보고 있던 주부 B씨.화면 한 쪽에 깜박거리는 빨간 버튼을 선택하니 다양한 관련 정보가 뜬다.
광고에 나오는 그 음악으로 휴대폰 벨소리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고 리모컨 조작으로 그 자리에서 다운받는다.
이 참에 관련 MP3도 구매해 버린다.
애니콜 휴대폰 정보를 얻고 싶어 클릭을 하니 다양한 정보가 주르르 나온다.
가격 정보 바로 옆에 직접 주문할 수 있는 창이 마련돼 있는 것은 물론이다.
주부 A씨나 B씨의 모습은 먼 미래의 우리 모습이 아니다.
불과 1,2년 후 우리 가정은 이렇게 변할 전망이다.
T커머스(television commerce)의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T커머스란 TV를 보면서 상품 검색과 주문,결제까지 가능한 양방향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일컫는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기법이지만 유럽 일본 미국 등 디지털 방송 선진국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정착 단계까지 와 있다.
영국 스카이TV의 경우 초기 실험 5년이 지난 현재 T커머스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7%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에도 지난 3월 방송위원회가 '데이터방송 전반에 관한 종합정책 방안'에 따라 T커머스 사업자를 선정, 관련 산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4월부터 피자 등을 주문할 수 있는 초기 단계의 T커머스를 시작한 데 이어,케이블TV 업계도 속속 미래의 방송 환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홈쇼핑 업체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CJ홈쇼핑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Multi System Operator)인 'CJ케이블넷'과 함께 9월부터 본격적인 'T커머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GS홈쇼핑도 2002년 말부터 T커머스에 대한 연구조사 활동을 시작,2004년 5월까지 초기 단계의 T커머스를 시연했으며 연내에 디지털 양방향 홈쇼핑 방송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과 우리홈쇼핑 등도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T커머스 방송을 내년 초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이렇게 본격적인 T커머스가 시작되면 현재 시청자들은 수동적 입장에서 정보를 얻는 것에서 탈피해 관련 상품 정보를 직접 검색,주문할 수 있다.
또 TV 시청시 홈쇼핑 채널에서 쇼핑호스트들이 설명하고 있는 상품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상품을 구매하듯 자신이 직접 리모컨 조작으로 어떠한 상품이든지 언제나 구매할 수 있다.
쇼핑 채널이 일종의 카탈로그 방식 쇼핑몰이 되는 것.
김종원 CJ케이블넷 서비스기획팀 과장은 "9월부터 시작하는 T커머스는 케이블의 특성을 살려 지역 내 다양한 전문점과 연계할 수 있는 용역 제공형 주문 서비스와 홈쇼핑과 같이하는 상품판매형 주문 서비스 모두 제공할 예정"이라며 "드라마를 보면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형태의 T커머스도 기술적으로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