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한반도 전담 외교관" ‥ 팜 띠엔 반 주한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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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은 역사·문화적으로 매우 닮았기 때문에 경제 협력에서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베트남이 올해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한국 기업들에도 다양한 투자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팜 띠엔 반 주한 베트남 대사(56)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연결 통로에 위치해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유리한 투자처"라며 "양국 간 경제협력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말 제4대 주한대사로 부임한 반 대사는 베트남 외교부에서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로 통한다.
북부 하이퐁 출신인 그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7년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평양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을 전공했다.
졸업하던 해인 지난 72년부터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직업외교관으로서 일하고 있다.
유학 기간을 포함,평양과 서울을 번갈아가며 한반도에서 근무한 기간만 20년이다.
반 대사 가족 역시 모두가 지한파다.
부인인 주엉 티 중씨(56)는 반 대사와 고등학교 동기며,평양 유학생활도 함께했다.
중씨는 현재 공산당 아시아국에서 부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한반도 문제 담당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세 아들 중 장남인 흐엉씨(30)는 경희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후 아버지를 뒤이어 직업외교관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는 평양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서 서기관으로 근무 중이다.
베트남 외교부 내에서 한국어 실력이 단연 으뜸이라는 반 대사는 지도자들의 방한시 한국인을 능가하는 '명(名) 통역'으로 명성을 얻었다.
95년 도이 모이 당시 공산당 서기장,2003년의 판 반 카이 총리 방한시 동행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반 대사는 "아내와 아들이 모두 남북한 외교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의 소원도 남북한이 협력하고 화해하며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이라며 "북한은 해마다 베트남에 연수단을 파견해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을 열심히 배워가고 있기 때문에 남북한 통일도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풍부한 자연 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잠재적인 소비 시장으로서도 매력이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베트남에 투자할 경우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 대사는 조언했다.
반 대사는 "베트남은 중국과 비교해 인건비가 절반밖에 안 된다"며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을 해외 수출 전초기지로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