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책연구원은 휴업중?

민간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선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장들에게 파격적인 연봉을 지급하는 것도 그만큼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원장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국책연구기관들 중에는 원장이 공석인 곳이 6군데나 된다. 전임 원장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임 원장이 선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지난 4월부터 장기 공석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국책연구기관을 관할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사회연구회와 인문사회연구회가 정부출연연구기관법 개정으로 지난 7월1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 통합되면서 이사회 구성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정부출연연구기관법에 따르면 국책연구원장은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행정 절차적인 이유로 국책연구원장 공백상태가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국책연구기관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 원장 자리쯤은 오래 비워둬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불쾌해했다. 또 다른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기분 나쁜건 둘째 치고라도 당장 필요한 사안들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국책연구기관들은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에서 '브레인' 역할을 한다. 현 정부 들어 추진된 부동산 세제 개편,벤처기업 활성화 등 굵직한 정책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국책연구기관들의 이 같은 '장기휴업' 사태는 자칫하면 정부 정책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제·인문사회 연구회는 '법대로'만을 강조하며 느긋한 입장이다. 정부 내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관료를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연구회가 산하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활동을 효율화한다는 자신의 주 임무를 망각한 게 아닌지 아쉽다. 김동윤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