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배운다] "리듬따라 스텝 밟으면 서로의 맘 그냥 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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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결혼한 박승민씨(34·자영업),김지영씨(30·대학원생) 부부.
지영씨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던 어느 날 TV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거실에서 TV를 보던 남편 승민씨가 어느 새 지영씨 뒤로 다가와 옆구리를 찌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는다.
지영씨는 "둘이 부엌이든 길거리든 음악만 나오면 몸이 근질거린다"며 "춤을 추면서 너무 좋아 서로 쳐다보고 늘 웃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생의 동반자'이면서 둘도 없는 '댄스 파트너'다.
이들의 취미는 '댄스 스포츠'.최근 몇 년 새 댄스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보편화됐지만 이들이 처음 춤을 추기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사교 춤'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승민씨와 지영씨는 춤으로 만나 춤을 추면서 결혼한 댄스스포츠 마니아들.대학 시절 '대즐스(Dazzles·www.dazzles.net)'라는 대학생 댄스스포츠 연합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99년 한국댄스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스탠더드 종목 파트너로 출전하면서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승민씨는 "춤을 출 때 자신과 꼭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데 아내를 만난 건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라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파트너는 무엇보다 키 차이(10~15cm)가 너무 나지 않고 기량이 비슷해야 한다. 동작이 우아한 지영씨와 '텐션(tention·파트너 간 주고받는 힘)' 조절이 탁월한 승민씨는 동아리에서도 손꼽히는 '명 커플'이었다.
이 댄스 커플은 결혼식 날 양가 하객들 앞에서 외국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진 왈츠(waltz)를 선보이기로 했다. 하지만 신부는 시댁으로부터 '춤바람 난 며느리' 소리를 들을까봐 드레스부터 튀지 않고 무난한 것을 고르는 등 노심초사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하객들로부터 깜짝 놀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어요. 아직까지도 양가 어른들과 친척들이 우리 부부만 보면 그날 얘기를 하십니다."
단순히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것 이상으로 함께 춤을 추는 것은 많은 것을 준단다. 지영씨는 "춤을 추며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며 "조금 틀려도 서로 이해하고 다시 리듬을 타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왈츠 탱고 폭스트롯 퀵스텝 비엔나왈츠(스탠더드 댄스) 차차차 룸바 자이브 쌈바 파소도블레(라틴 댄스) 등 댄스스포츠 10종목 중에서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춤은 '왈츠'와 '룸바'.4분의 3박자의 아름다운 선율에 두 사람이 몸을 밀착시키고 물 흐르듯이 플로어를 도는 왈츠와 일명 '사랑의 춤'이라고 일컬어지는 로맨틱한 룸바가 부부에게는 제격이라고.
두 사람에게는 두 가지 소망이 있단다.
하나는 영국 블랙풀이나 아르헨티나 등 춤의 본고장에 가서 여름휴가 내내 춤을 추는 것.다른 하나는 자녀가 생기면 어려서부터 댄스스포츠를 가르쳐 온 가족이 함께 춤을 추는 것.
승민씨는 "춤처럼 부부생활도 균형과 조화를 맞추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글=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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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TIP!]
◆댄스스포츠 레슨 비용은?
댄스 슈즈(7만원),학원의 경우 주 1회 레슨(1시간30분) 단체반 수강료는 5만~8만원 정도.인터넷 동아리의 경우 회비.
◆서울에서 댄스스포츠를 배울 만한 학원 및 동호회
D.F.A.아카데미 www.dfa.co.kr
권병주&박순미 댄스스쿨 www.kpdance.co.kr
블랙풀(동호회) cafe.naver.com/blackpool
댄솔릭(동호회) cafe.daum.net/danceholic
◆요건 주의하세요
반바지나 폭이 좁은 치마는 예의에 어긋나는 복장이다.
체계적인 강습을 원하는 사람들은 학원이 좋고 사람들과의 커뮤니티 모임을 선호하는 경우 동호회가 좋다.